지적장애인의 로또 1등 당첨금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무죄를 받은 부부가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2016년께 A씨 부부는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B씨의 로또 1등 당첨 소식을 듣게 됐다.
이들은 문맹이자 지적장애인인 B씨에게 "충남에 있는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줄 테니 같이 살자"고 설득해 8억8000만 원을 송금받았다.
A씨 등은 이 가운데 1억 원가량을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등 임의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돈으로 실제 땅을 사고 건물을 올리기는 했으나 등기는 A씨 명의로 했다.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13세 수준의 사회적 능력을 갖춘 B씨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는 A씨 부부를 고소했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A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피고인들과 피해자간 합의 여부와 피해자가 거금을 다룰 만한 판단력이 있는지를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1부는 피고인들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토지와 건물을 피해자 소유로 하되 등기만 피고인 앞으로 하고 식당을 운영하며 피해자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합의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서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재물 소유에 관한 개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한 유혹에 현혹될 만큼 판단능력이 결여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검사 항소로 사건을 다시 살핀 대전고법 형사1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 부부에게 각각 징역 3년과 3년 6월 실형을 선고했다.
'고액의 재산상 거래 능력에 관한 피해자의 정신기능에 장애가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근거다.
'심신장애가 있는지 몰랐다'는 피고인 주장에 대해서는 "10년 이상 알고 지낸 피해자에 대해 몰랐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최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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