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와 함께 숙박업소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히고, 교수의 부인이 손해배상 소송을 내자 성폭행을 당했다며 교수를 고소한 사건에서 무고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성관계 이후 친밀한 관계가 이어졌더라도, 지도교수와 학생이라는 관계를 고려했을 때 의사에 반해 성관계가 일어났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씨의 무고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만족감과 행복감을 표현해 왔더라도 성폭력 범죄는 당사자들 외에 내막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지도교수이자 상담자인 상대방에게 사회적·정서적으로 감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하면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에 따르면 A씨는 2014년 12월부터 자신의 박사논문 지도교수이자 상담자인 B씨와 14회에 걸쳐 혼외 성관계를 했다. 그러나 2016년 7월 B씨의 부인이 불륜 장면을 촬영하고, 이를 근거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A씨에게도 손해배상 소송을 내자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을 뿐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며 그를 고소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가 B씨에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과 B씨의 아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의사에 반한 성관계가 아닌 내연관계로 보인다"며 무고 혐의를 인정하고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강간죄는 중하게 처벌될 수 있는 범죄로, 피무고자인 B씨에게 큰 법적 위험이 발생했고 A씨는 언론매체를 활용해 B씨에 추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가했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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