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의료 확충 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오늘(4일) 가까스로 봉합됐지만 여권으로선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이번 합의안은 핵심 쟁점인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안을 원점에서 재논의하는 대신 의사들도 파업을 중단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겉으로는 양측이 절충점을 찾은 모양새를 취했으나, 사실상 정부와 여당이 의료계의 집단적 실력행사에 주요 국정과제 논의를 중단한 것이어서 '백기투항'을 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됩니다.
여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 국정동력 확보와 과제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상황관리 실패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 파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업무개시 명령 불이행 의사들을 고발하는 등 강경 대응하며 끝까지 정책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전시상황에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 사태 속에서 대립이 길어지면서 환자 피해가 가중되고 국민의 원성이 커지자 여권의 강경 기류가 누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의대생 피해 최소화를 명분으로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일주일 연기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도 "단 한명의 의료인 처벌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낙연 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 새 지도부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나섰고, 결국 정부와 여당은 이날 의료계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논의 중단'에 합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재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으나, 사실상 의료계의 요구가 관철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부와 여당이 한발 물러선 데에는 코로나19 재확산이 결정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확산세가 조금 수그러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세자릿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엄중한 상황 속에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판단인 작용한 것입니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당장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이번 합의는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갈등이 일단 봉합되긴 했으나 문재인 정부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우선 핵심 정책들에 대해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라고 합의문에 명시했지만 의료계의 이번 반발 강도를 고려해보면 정부가 정책을 다시 원래대로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의료정책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전반에서 어려움이 가중되리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정책이 이해당사자들의 집단 반발에 좌초되는 모양새가 노출됐기 때문입니다.
당장 야권에서는 다수 의석을 앞세운 여당의 '입법 독주'가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에 더해 특정 집단과 세력의 이해관계에 막혀 국정과제를 힘있게 관철하지 못한 것에 대한 핵심 지지층의 반발이나 수도권-지역 의료격차 해소 정책의 차질로 인한 지역민심 이탈 가능성 등도 정부와 여권의 난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론이 여권 내에서 불거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부가 짊어지게 된 부담이 커진 만큼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의사들의 파업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긴 하지만, 사전에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정책을 강행해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번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애초 코로나19로 인해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만큼 지금이 정책 실현의 적기라고 봤겠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이처럼 거세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정무적 판단에서 미흡함이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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