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김모씨(24)가 월북 할 가능성을 있다는 결정적 제보를 받고도 경찰이 34시간 만에 제보자를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자가 지난 19일 새벽 1시 1분 경찰에 제보를 했고, 북한이 월북 시기를 19일로 특정한 상황이어서 경찰의 때늦은 초동 조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북한방송이 김씨의 월북 소식을 다룬 지난 26일에서야 군·경 공조 체계가 가동돼 군과 경찰, 국가정보원의 공조 체제까지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7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7일 오후 5시께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로 이동했다 다시 김포로 돌아와 주거지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마사지 업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후 18일 오전 2시 20분께 택시를 타고 강화읍 월곶리에서 내렸다. 강화도 북동쪽에 있는 월곳리는 북한 해안과 직선거리로 대략 2.5∼3㎞ 떨어져 있다. 김씨가 2017년 탈북할 당시 거친 경로인 교동대교에서는 동쪽으로 14km 떨어진 곳이다. 경찰은 "김씨의 휴대폰이 17일부터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18일 새벽 2시 20분이 CCTV를 통해 확인한 김씨의 마지막 행적"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강화도 일대를 월북 위치로 추정하면서도 정확한 월북일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았다. 다만 김씨가 월북하면서 철책을 직접 뚫진 않았지만, 철책 밑 배수로를 통과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 월북 과정에서 군·경 공조체제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김씨 지인은 18일 오전 10시 32분부터 오후 8시 40분까지 4차례에 걸쳐 경찰청 182 상담센터, 112로 신고하고, 19일 새벽 1시 1분께 "피의자(김씨)가 달러를 바꿨다고 한다.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교동도를 갔었다네요"라며 월북 관련 결정적 제보를 했다. 하지만 경찰은 20일 오전 11시 제보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자가 18일 4차례 한 신고에서는 피의자가 재입북한다는 내용은 없고 '자기 차를 빌려간 뒤 반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주였다"면서 "19일 새벽 1시 1분 신고 접수후 20일 오전 11시 제보자를 참고인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은 20일 오후 8시 김씨에 대한 출국금지,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북한 방송이 언급한 김씨의 월북일(19일)이 맞다면 김씨가 이미 월북한 뒤에서야 제보자 조사를 시작한 셈이다.
지인의 결정적 제보가 있던 19일 새벽 군당국에 곧바로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경찰은 "합동심문은 (피의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할 가능성이 현저할 때 군에 통보해 시행한다"면서 "피의자가 진짜로 (북으로)갈지 모르고, 간다면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구체적 징후 없이 통보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군·경 공조는 북한 방송이 김씨의 월북사실을 보도한 전날 저녁에서야 가동됐다.
김씨는 지난달 12일 새벽 1시 20분께 김포 자택에서 지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김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피해자의 몸에서 김씨의 DNA가 검출됐다는 분석 결과에도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제보자는 지난 18일 오후 김포경찰서 보안계 담당경찰관에게 "김씨가 피해자를 죽이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신고하기도 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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