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비용 교비 지출 등 학교 운영 관련 박종구 서강대 총장과 서강대 학교법인(이사회)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최근 이사회가 박 총장에게 이달 23일까지 물러날 것을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박 총장이 특허 헐값 매각 관련 이사회 전 임원 등을 검찰에 고발하자 이사회 측은 감사를 통해 박 총장이 이사회 의결 없이 소송비를 교비에서 지출했다는 보고서를 공개하는 등 대립각을 세워 학교가 장기간 내홍에 빠진 모양새다.
1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박문수 법인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박 총장과 단 둘이 만나 자진 사임을 권고했다. 이후 이사회는 23일 회의를 열고 박 총장에게 7월 23일까지 사임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이사회는 박 총장이 기한 내에 사임하지 않는다면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총장 해임안 등 후속조치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사회에선 '총장의 소명이 불충분한 점, 명백한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점, 더 이상 총장의 리더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사임 권고의 사유로 제시됐다. 박 총장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 총장은 지난달 22일 박 이사장과 면담 후 이사회에 보낸 입장문에서도 "총장 등을 징계하고자 한다는 (이사회의) 감사보고서는 일방적으로 진실을 왜곡하여 작성된 것"이라며 "법인은 문제가 된 감사보고서 내용을 지난 5월 30일까지 관할청에 먼저 보고하지도 않았으며 이것은 명백한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또 "교육부에서 학교를 감사하겠다는 시기에 소명 및 증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총장의 거취를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저는 굳이 총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며 책임이 밝혀지면 스스로 거취를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강대는 오는 13일부터 24일까지 법인 및 대학운영 전반에 대한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게 된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사립대 종합감사 계획에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내홍과 시기가 겹쳐 교육부는 박 총장과 이사회 간 갈등 부분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강대 관계자는 "이사회 정기 감사 보고서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지만 학교 측이 일일이 대응하면 내부적으로 불협화음이 우려된다"며 "향후 교육부 감사에서도 그 부분이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제3자에 의해 더 정확하게 규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총장과 이사회 측의 갈등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 총장은 교내 산학협력단 산하 기술 지주회사가 자회사 특허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이유로 이사회 전 상임이사 등을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이에 이사회 측은 2019년 정기 감사 보고서를 통해 "박 총장이 개인명의 소송비 약 1억7600만원을 이사회 의결 없이 대학 교비, 산학협력단 회계에서 집행했다"고 밝혔다. 반면 박 총장은 사안 성격상 소송 명의자를 학교 대표인 총장으로 한 것일 뿐 개인 목적을 위한 소송이 아니었으며 교비 지출도 2017년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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