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성장기 아이들이 식중독에 취약하기 때문에 전국 초·중·고등학교 급식은 교육 당국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는데요.
길기범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길 기자.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태 현황부터 알아보죠.
【 기자 】
지난 12일에 최초 증상자가 나온 뒤로 현재까지 확인된 식중독 유증상자 수는 전체 원아와 교직원 202명 중 111명으로 집계가 됐습니다.
이중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 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는 15명인데요.
현재 상태가 심한 4명의 어린이가 신장투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질문1-1 】
그럼 그 유치원은 지금 폐쇄돼 있죠?
【 기자 】
네. 맞습니다.
당초 이번 달 말까지 시설 폐쇄 명령이 내려져서 유치원 측은 다음 달 1일부터 정상 등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었는데요.
어제 안산시는 다음 달 8일까지로 시설 폐쇄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감염경로 파악이 아직 안 된만큼 문을 다시 열기엔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2 】
감염경로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하던데, 경로 추적에 애를 먹고 있다면서요?
【 기자 】
보통 식중독은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데요.
그런데 해당 유치원에서 사용된 식자재나 조리기구 등 104건을 검사했는데도 대장균이 검출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앞선 리포트에서도 언급됐지만, 유치원 측이 보존식 6건을 폐기한 점이 감염경로 추적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궁중떡볶이나 토스트 등 간식으로 나간 일부 메뉴가 보관되지 않은건데, 이렇게 폐기된 음식들에 식중독 원인균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는 겁니다.
보건 당국은 해당 유치원에 식자재를 납품한 업체도 조사하고 있는데요.
이동 또는 보관 중에 식자재가 오염됐을 수도 있어 업체 조사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감염경로를 모르니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 수 밖에 없고,
햄버거병이라는 이름이 퍼지면서 유치원들은 메뉴에서 분쇄육을 빼는 조치도 하고 있는데요.
유치원 원장님 한 분과 얘기 나눠봤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경기도 소재 유치원 원장
- "우리(유치원)부터만 해도 조리사님한테 (음식을) 덜 익히면 안 되니까. 열로 조리하는 시간을 5분이든 10분이든 더 늘리게 한다든지 하고."
【 질문3 】
저 같아도 불안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위험들 때문에 학교 급식은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지 않나요?
【 기자 】
네. 전국 초·중·고등학교들이 관리 대상입니다.
학교급식 식품안전관리인증 기준인 '학교급식 HACCP 시스템'에 의해 관리됩니다.
지난 1999년에 처음 만들어진 기준인데, 시설관리·식자재 관리 등을 22개 항목으로 나눠 점검합니다.
기본적인 위생 수칙은 물론이고 밑간된 불고기 관리 상태까지 살펴보는데,
만약 평가에서 같은 내용을 연달아 지적받으면 급식실 관리자나 교직원은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질문4 】
그런데 아까 초·중·고등학교가 적용 대상이라고 했는데 유치원은요?
【 기자 】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유치원은 적용 대상에 아직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법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면역력이 약한 성장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정작 면역력이 가장 약한 유치원생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인데요.
그러다보니 이번 집단 식중독 사태도 결국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 질문5 】
그럼 이번에 문제가 된 안산 유치원은 그럼 그동안 위생 감독이 아예 없었나요?
【 기자 】
아예 없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17~2018년까진 급식 점검을 받긴 했습니다.
누리과정과 무상급식 시행으로 안산교육지원청이 점검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대적인 사립유치원 감사가 진행됐던 2019년부터 중복 감사가 우려된다며 중단 됐습니다.
대신 컨설팅 지원을 해주겠다며 신청을 받았는데 안산지역 유치원 48곳 중 겨우 5곳만 신청했다고 합니다.
【 질문6 】
유치원생들이 그야말로 방치됐던 거네요.
그럼 앞으로는 유치원 급식 점검이 어떻게 되는거죠?
【 기자 】
지난해 말에 유치원 3법이 개정되면서 유치원도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이 됐습니다.
문제는 법 적용 시점인데요.
내년 1월 30일부터나 이 법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유치원 급식 관리 사각지대 해소는 올 하반기까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실제로 철저한 관리가 가능할지 의문인데요.
경기도만 해도 유치원이 2천 곳이 넘는데, 이 많은 유치원 급식실을 매년 2번 점검해야 하는데 당장 인력부터 부족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법 시행일이 많이 남아 있어 아직 구체적인 세부지침도 없는 상황입니다.
【 클로징 】
이제 여름이 시작되면서 식중독을 더욱 조심해야되는 상황인데, 이미 터진 사건에 대한 조사도 비슷한 사건에 대한 예방책도 미비한 상황이 답답할 따름입니다.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길기범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한남선
성장기 아이들이 식중독에 취약하기 때문에 전국 초·중·고등학교 급식은 교육 당국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는데요.
길기범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1 】
길 기자. 안산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태 현황부터 알아보죠.
【 기자 】
지난 12일에 최초 증상자가 나온 뒤로 현재까지 확인된 식중독 유증상자 수는 전체 원아와 교직원 202명 중 111명으로 집계가 됐습니다.
이중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 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는 15명인데요.
현재 상태가 심한 4명의 어린이가 신장투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질문1-1 】
그럼 그 유치원은 지금 폐쇄돼 있죠?
【 기자 】
네. 맞습니다.
당초 이번 달 말까지 시설 폐쇄 명령이 내려져서 유치원 측은 다음 달 1일부터 정상 등원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었는데요.
어제 안산시는 다음 달 8일까지로 시설 폐쇄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감염경로 파악이 아직 안 된만큼 문을 다시 열기엔 이르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2 】
감염경로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하던데, 경로 추적에 애를 먹고 있다면서요?
【 기자 】
보통 식중독은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데요.
그런데 해당 유치원에서 사용된 식자재나 조리기구 등 104건을 검사했는데도 대장균이 검출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앞선 리포트에서도 언급됐지만, 유치원 측이 보존식 6건을 폐기한 점이 감염경로 추적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궁중떡볶이나 토스트 등 간식으로 나간 일부 메뉴가 보관되지 않은건데, 이렇게 폐기된 음식들에 식중독 원인균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는 겁니다.
보건 당국은 해당 유치원에 식자재를 납품한 업체도 조사하고 있는데요.
이동 또는 보관 중에 식자재가 오염됐을 수도 있어 업체 조사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감염경로를 모르니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 수 밖에 없고,
햄버거병이라는 이름이 퍼지면서 유치원들은 메뉴에서 분쇄육을 빼는 조치도 하고 있는데요.
유치원 원장님 한 분과 얘기 나눠봤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경기도 소재 유치원 원장
- "우리(유치원)부터만 해도 조리사님한테 (음식을) 덜 익히면 안 되니까. 열로 조리하는 시간을 5분이든 10분이든 더 늘리게 한다든지 하고."
【 질문3 】
저 같아도 불안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위험들 때문에 학교 급식은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지 않나요?
【 기자 】
네. 전국 초·중·고등학교들이 관리 대상입니다.
학교급식 식품안전관리인증 기준인 '학교급식 HACCP 시스템'에 의해 관리됩니다.
지난 1999년에 처음 만들어진 기준인데, 시설관리·식자재 관리 등을 22개 항목으로 나눠 점검합니다.
기본적인 위생 수칙은 물론이고 밑간된 불고기 관리 상태까지 살펴보는데,
만약 평가에서 같은 내용을 연달아 지적받으면 급식실 관리자나 교직원은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질문4 】
그런데 아까 초·중·고등학교가 적용 대상이라고 했는데 유치원은요?
【 기자 】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유치원은 적용 대상에 아직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법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면역력이 약한 성장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정작 면역력이 가장 약한 유치원생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인데요.
그러다보니 이번 집단 식중독 사태도 결국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 질문5 】
그럼 이번에 문제가 된 안산 유치원은 그럼 그동안 위생 감독이 아예 없었나요?
【 기자 】
아예 없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17~2018년까진 급식 점검을 받긴 했습니다.
누리과정과 무상급식 시행으로 안산교육지원청이 점검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대적인 사립유치원 감사가 진행됐던 2019년부터 중복 감사가 우려된다며 중단 됐습니다.
대신 컨설팅 지원을 해주겠다며 신청을 받았는데 안산지역 유치원 48곳 중 겨우 5곳만 신청했다고 합니다.
【 질문6 】
유치원생들이 그야말로 방치됐던 거네요.
그럼 앞으로는 유치원 급식 점검이 어떻게 되는거죠?
【 기자 】
지난해 말에 유치원 3법이 개정되면서 유치원도 학교급식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이 됐습니다.
문제는 법 적용 시점인데요.
내년 1월 30일부터나 이 법이 시행될 예정입니다.
학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유치원 급식 관리 사각지대 해소는 올 하반기까지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실제로 철저한 관리가 가능할지 의문인데요.
경기도만 해도 유치원이 2천 곳이 넘는데, 이 많은 유치원 급식실을 매년 2번 점검해야 하는데 당장 인력부터 부족한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법 시행일이 많이 남아 있어 아직 구체적인 세부지침도 없는 상황입니다.
【 클로징 】
이제 여름이 시작되면서 식중독을 더욱 조심해야되는 상황인데, 이미 터진 사건에 대한 조사도 비슷한 사건에 대한 예방책도 미비한 상황이 답답할 따름입니다.
탁상공론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길기범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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