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 비위 등 경남 공무원들의 일탈행위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공직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시장직에서 물러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간부급 공무원들의 비위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공직사회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오늘(3일) 경찰 등에 따르면 함양군 소속 간부 공무원 A 씨가 지난달 26일 직원 3∼4명과 군내 한 노래방에서 회식하던 중 부하 여직원인 B 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고소장이 접수됐습니다.
현재 경찰은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며 의혹이 제기되자 함양군은 A 씨를 직위 해제했습니다.
합천에서는 공무원들이 보건소장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며 중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 합천군지부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보건소장이 방수·도장 공사를 동생에게 맡기고 특정 업체 견적서를 주며 조달가격보다 고가에 약품을 사들이도록 하는 등 갑질과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공무원노조는 갑질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늘었다며 보건소장에게 중징계를 내리라고 군에 촉구했습니다.
김해시청 소속 한 공무원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7개월 동안 자신이 관리하던 식품진흥기금에서 6천3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직위해제 됐습니다.
또 다른 김해시 공무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가격리 중인 30대 여성에게 '돈 벌어 이놈 막걸리도 한 잔 사주세요' 등 부적절한 문자와 영상을 보내 논란이 됐습니다.
올해 초 거제에서는 2016년 임용된 8급 공무원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연루된 의혹으로 파면 처분받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해당 공무원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도내에서 공무원들의 일탈 행위가 그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수직적 상하 관계를 강조하는 공직사회 특유의 경직성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특히 오거돈 부산시장이 올해 4월 부하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시장직을 떠나며 공무원 조직에 대한 여론의 통렬한 질타를 받았음에도 공무원 관련 추문이 끊이질 않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인제대학교 박지현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공무원 사회는 상하 위계질서가 강조되다 보니 상관에 의한 성범죄나 갑질이 조직적으로 저질러지기 쉬운 문제가 있다"며 "기관별로 청렴 실적을 강조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를 부추겨 비위를 은폐하게 하고 피해자들은 2차 가해에 시달리는 십상이라 쉽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공무원 조직도 일반 직장과 같은 수준으로 성희롱 방지나 직장 내 따돌림 방지를 위한 인권 보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업무처리의 공개성·투명성 강화, 공익제보자 보호 기능 재정비는 물론 청렴도 평가 또한 비위의 적발 활동을 높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 최영신 합천지부장은 "상사가 직위를 이용해 부하직원을 성적 착취하거나 갑질하는 사례가 유독 많다"며 "피해자들이 너무 놀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다가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도 아직 많은 거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결국 공직사회 내부의 인식 변화가 잇따른 공무원들의 일탈행위에 대한 근본 해결책"이라며 "특히 나이 많은 공무원들이 시대 변화에 발맞춰 예전과 같은 구태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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