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하면 하교할 때까지 종일 하지 말라는 것만 많으니, 아이들이 학교를 재미없는 곳으로 생각할까 봐 안타깝네요."
초등학교 1, 2학년 등교 사흘째인 오늘(29일) 광주 북구 오치초등학교 앞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교장, 교감, 교무 선생님이 나와 학생들을 맞았습니다.
도심 속 학교치고는 학생 수가 비교적 적어 학생 관리는 비교적 수월하지만, 최근 수도권 물류센터 등의 코로나19 재확산세에 긴장감은 다른 학교 못지않았습니다.
아이들보다 30여분 일찍 출근하는 교직원들은 주차한 차에서 내리려 별도의 공간에 마련된 '셀프 방역대'에서 손 소독을 하고, 체온을 자가 측정한 후에야 건물 내로 진입했습니다.
정경숙 교장은 "출근한 후 30분도 안 지났는데, 걱정이 앞서 손을 세 번이나 씻고 소독했다"며 "저학년 등교 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등교 전후 최소 4번 체온을 측정합니다.
등교 전 집에서 체온을 재고 자가 점검표를 온라인으로 작성한 후에 집을 나섭니다.
등교 시에는 노란 줄을 따라 친구들과 거리 두기를 유지하며 체온 측정소로 종종걸음으로 이동해 한번 재고, 교실에 가서는 담임 선생님이 재차 체온을 잽니다.
점심을 먹을 때도 체온을 재고 급식소로 들어갔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당황할까 봐 이 초등학교는 자체적으로 유튜브 동영상으로 등교하는 법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들은 또 밥 먹을 때 벗은 마스크를 아이들이 잃어버릴까 봐 아이디어를 내 마스크에 끈을 달아 목에 걸 수 있게도 했습니다.
1학년 학생들은 등교 첫날 낯선 환경에 적지 않게 당황해했지만, 사흘째 금방 적응해 자기 몫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교문 밖에서 엄마가 들어다 준 가방을 스스로 멘 학생들은 교문에 마중 나온 선생님들에게 인사한 후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씩씩하게 걸어서 체온 측정소로 이동했습니다.
간혹 까불며 장난치는 학생도 있었지만, 다른 친구에게 다가간다거나 말을 거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수업을 시작하긴 했지만, 광주의 대부분 학교는 코로나19 탓에 당분간 체육 수업이나 이동 수업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습니다.
한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서로 말도 못 하게 하는 등 종일 하면 안 되는 것만 강조할 수밖에 없다"며 "이러다 학교를 처음 등교한 저학년 학생들이 학교를 원래 재미없는 곳으로 인식할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부터는 1, 2학년 학생들에 이어 3, 4학년 학생들이 추가로 등교하고 이후에는 고학년도 순차적으로 학교에 나올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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