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위안부' 사진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故 박영심 할머니가 중국 원난성 쑹산에서 구출되는 영상이 발굴됐다.
지난 28일 KBS는 박 할머니를 비롯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가 연합군에게 구출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도했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영상은 극히 희귀해, 지난 2017년 서울대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발굴한 일본군 위안부의 구출 이후 상황이 담긴 18초짜리 영상이 유일했다.
이번에 발견된 영상은 1944년 9월 7일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중국군으로 구성된 연합군이 중국 서남부 원난성 쑹산에서 일본군 진지를 함락한 날, 진지를 탈출한 위안부들이 연합군에게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새로 발굴된 영상 속에서 박 할머니는 앳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지만 전투에서 이겨 신이 난 듯한 중국군 병사가 양쪽에서 팔을 추켜올리자 이내 환한 표정으로 연거푸 "만세"라고 외친다.
영상에는 박 할머니와 함께 일본군에게 끌려간 다른 위안부 여성들도 등장한다.
팔을 들지도 못할 정도로 지쳐 보이는 여성, 기력이 다해 일어서지도 못해 병사들에게 끌려가는 여성, 얼굴을 심하게 다친 여성도 있다.
해당 영상을 본 박정애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옷차림과 머리 모양, 그리고 배의 모습을 봤을 때 박영심 할머니로 보인다"며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한혜인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연구위원은 "움직이는 영상 속에서 겁남, 두려움 같은 것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할머니들의 고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영상이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위안부에 참여했다는 일본 학계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료라고 평가했다.
앞서 박영심 할머니는 17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구출되기 전까지 5년간 위안부 생활을 했다.
지난 2000년에 '만삭의 위안부'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밝힌 뒤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데 앞장서다 지난 2006년 평양에서 세상을 떠났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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