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원격수업을 시행하는 학원들에게 기존 학원비의 30% 이상을 깎도록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학원들에게 실시간·쌍방향 원격수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학원비를 낮게 책정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교육당국이 일괄적으로 학원비 삭감을 강제하자 장기 휴원 등으로 경영난에 휩싸인 학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는 일선 교육청에 원격교습학원 교습비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실시간·쌍방향 수업의 경우 등록된 분당단가 기준의 70% 이내, 녹화수업은 40% 이내에서 학원비를 책정하고, 만약 두 가지 방법을 혼합할 경우라면 40~70% 이내에서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학원비를 30~60% 가량 낮추라는 얘기다.
교육부의 이같은 권고 사항은 각 교육청에 배포됐고, 이후 학원비 상한선 책정 권한이 있는 일선 교육지원청들은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학원들에게 학원비 조정 기준을 통보한 상태다. 만약 학원들이 관할 교육지원청에서 명시한 학원비 기준액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와 벌점이 부과된다.
일선 학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교육당국이 학원들의 의견 수렴없이 온라인수업 가격을 책정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온라인수업을 진행하던 학원들은 "차라리 학원 문을 여는게 낫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지난 2월말께 학원 휴원 권고와 함께, 그동안 학원은 불가했던 쌍방향 원격수업을 한시적으로 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그런데 당시엔 교습비와 관련된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이제와서 학원비를 깎으라고 하니 당혹스럽다"고 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녹화 강의 등 원격교습은 기존에도 가능했지만, 이와 관련된 기준 단가를 제시한 곳은 서울 강남서초지원청(분당 95원) 등으로 극히 드물다. 이 경우 강남·서초권 입시 단과학원(분당 125원)이 녹화수업을 하면 기존 수업료에서 60%를 감축한 분당 50원을 학부모로부터 받아야 하는데, 이 때 기존 원격학원비(분당 95원)보다 수업료가 절반 가까이 낮아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학원 관계자는 "부실한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오프라인 수업비를 그대로 받는다면 문제지만, 이미 많은 학원들이 학원 간 경쟁 구도 하에서 오히려 오프라인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진행을 체크하고 소규모로 온라인수업을 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A학원 관계자는 "학원비가 합당하지 않다면 학부모가 알아서 학원을 떠날 것"이라며 "학원비 책정은 자율로 맡기는게 시장경제 원리 아니냐"고 했다. 지역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은 "학원들의 상황은 익히 알지만, 그렇다고 사교육을 장려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 권고안을 그대로 따를 뿐"이라고 답했다. 한편 학부모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학원 온라인 수업의 질 하락을 지적하며 학원비를 낮추는 게 맞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학원에 따라 만족도가 높은 경우라면 학원 재량에 맡기는 게 맞다는 의견 등도 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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