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순 저녁 무렵 인천의 한 맘카페에선 '화재가 난 것 같다'며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한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이 동시에 무엇인가 타는 듯한 역한 냄새를 맡았다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불이 났다고 생각한 일부 주민들은 119에 신고를 했고 즉각 소방당국이 출동했는데 냄새는 쓰레기 불법소각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 주민은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구청에도 민원을 넣었지만 과태료 부과 밖에 방법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쓰레기, 논·밭두렁 태우기 등 불법 소각으로 인한 탄내 발생, 화재 우려 등으로 주민 불편이 심각하지만 처벌이 약해 끊이지 않고 있다. 화재의 62%가 집중되는 봄철에 불법 소각은 자칫 대형 산불로 이어질 위험성도 커 보다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소방청 통계를 보면 지난 5년간 쓰레기 소각, 논·밭두렁 태우기로 인한 화재는 2만898건에 달한다. 사망자수는 62명이며 재산 피해도 422억원이나 발생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불법 소각으로 인한 처벌은 과태료가 전부다. 산림보호법은 산림인접지역에서 불을 놓는 행위는 30만원 이하, 폐기물관리법은 폐기물 불법 소각을 100만원 이하 과태료로 규정하고 있다.
처벌 강도가 약하다보니 행정당국의 단속을 피해 야밤에 몰래 소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불법 소각으로 인한 형사처벌을 가능토록 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지난해 5월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에 법안이 잠자고 있어 자동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주민들은 불법 소각으로 공기 질이 나빠지고, 탄 냄새가 나는 등 불편을 호소한다. 특히 인적이 드문 시골이나 산지가 많은 지역에서 불법 소각이 많다. 제주도의 한 주민은 "집 주변에서 매일 밤마다 불법 소각을 하는 사람 때문에 불면증을 앓는 등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밝혔다. 화재 오인 신고로 인한 소방력 낭비도 문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불법소각 포상금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용인시는 올해부터 시민들의 폐기물 불법처리 행위 신고 포상금을 과태료의 20% 수준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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