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인 '팬데믹'(pandemic)으로 선언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종플루' 때처럼 장기전 체제에 돌입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건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이후 처음입니다. 신종플루 유행 때 국내에서는 확진자 약 75만명, 사망자 263명이 나왔습니다.
오늘(12일) 의료계에서는 방역체계를 코로나19의 전파력이 높다는 특징과 유행이 오래갈 수 있다는 측면에 맞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종플루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복수 전문가들의 입장입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한 데에는 '신천지대구교회 집단감염'이라는 특수 상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WHO의 팬데믹 선언은 전 세계에서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모두 대비하라는 의미이지 단순히 신종플루처럼 확산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초반에 신천지교회로 인해 (대유행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국내 확진자 10명 중 8명은 집단감염이기 때문에 신종플루 때처럼 대다수의 국민이 감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우흥정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충남, 서울 등에서 환자가 늘어나는 것도 클러스터(집단) 위주로 발생하고 있다"며 "단순 지역사회 접촉으로 환자가 늘어나는 것 같진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WHO가 팬데믹을 선언했다고 해도 국내 상황은 달라질 게 없다"며 "집단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막으면서 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유행이 아직 '정점'을 찍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기석 한림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지역사회 감염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데 훨씬 많은 감염자가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확진자가 많아지며) 전파율은 높아지겠지만, 사망률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기 종식'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이제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의료공백'이나 '사회마비'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구·경북 지역처럼 병상이 없어 고위험군인 고령의 만성질환자가 자택에서 숨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국민의 이동을 제한한 이탈리아와 같은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일) 환자가 줄어드는 건 좋은 신호지만 그렇다고 (유행이) 끝나는 건 아니다"라며 "코로나19는 전염력이 높은 질환으로 학계에서는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완화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완화전략은 질환의 전파속도를 늦춰 우리 사회가 입는 피해를 낮추는 게 목표"라며 "유행은 길어지겠지만, 전체 환자 수나 사망자 수를 줄이고, (유행이 지속하는 동안)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대응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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