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관리사무소장과 경리직원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관리비 횡령 의혹 관련 고소장을 접수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2일 서울시 하계동 소재 A아파트 비대위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5일 밝혔다.
비대위는 지난달 사망한 관리소장과 경리직원을 포함한 아파트 직원 3명과 아파트 동대표 4명 등 총 7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해 도색 작업 등 아파트 보수작업 비용을 치르고 회계장부에 장기수선충당금이 7억원 이상 남아있어야 했다"며 "그런데 현재 통장 잔고에 200여만원 밖에 없어 경위를 밝혀달라는 요구했다"고 밝혔다.
장기수선충당금은 주요 시설 노후화에 따른 수리·보수를 위해 아파트 입주민들이 매달 관리비를 낼 때 같이 낸다. 임대차기간 중 세입자가 집주인을 대신해 내게 되는데 이사갈 때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다. 단지 규모가 크고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장기수선충당금 총액이 클 수 밖에 없고 관리사무소 직원 등에 의한 횡령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고소인과 피고소인 등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을 검토하고 있는 수사 초기 단계"라고 전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과 경리직원은 비대위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 직전 사망했다. 경리직원은 지난달 26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사망전 관리소장에게 '죄송하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얼마 후인 지난 30일 관리소장도 근무하던 아파트 지하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두 사망 사건에서 타살 혐의점이 없어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주민 등에 따르면 A 아파트는 노후 수도관 교체 공사를 추진 중이었다. 계약금 2억원은 공사 업체에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하지만 중도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관리비 통장에 남아 있어야 할 돈이 사라진 배후에 경리직원 등에 의한 횡령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와 노원구청도 6일부터 이 아파트의 관리비 운영 실태를 들여다 보기로 했다. 노원구청 관계자는 "3일 비대위 측과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요청을 받아 아파트 회계와 건물·공사관리 등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주택관리사와 기술사 그리고 회계사 등을 포함한 6명이 감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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