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밑 안전'에 대한 일산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17년에 이어 올해에도 발생한 땅꺼짐(싱크홀) 사고 때문이다.
지난 21일 오후 2시 3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의 4차선 도로 일부가 가로 20m, 세로 15m, 깊이 1m 규모로 꺼졌다. 이 사고로 인도 쪽 오수관이 부서지고 가로수 3그루와 가로등 1개도 넘어졌지만, 다행히 사고 당시 차량 통행과 보행자가 많지 않아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땅꺼짐 현상이 발생한 도로 바로 옆에서는 지상 10층, 지하 5층 규모의 오피스텔 건설을 위한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일산의 땅꺼짐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2월 백석동 업무시설 터파기 공사장 인근 도로에서도 4차례나 지반침하와 도로균열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고양시는 지하 정밀진단을 벌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날 지반침하 현상이 다시 발생하자 당혹하고 있다.
고양시는 사고 직후 백석2동 행정복지센터에 긴급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원인 규명을 위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 22일엔 조사 결과 "이번 사고는 지하 4층 흙막이벽에 난 구멍에서 물이 새 땅이 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흙막이벽이란 땅을 돋우거나 굴삭 등을 할 때 흙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구축하는 구조물을 말한다.
이번 사고지점이 2017년 있었던 사고와 불과 50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사고 원인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땅속에 근본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03년 7월 대한주택공사(LH)가 발표한 '고양일산(2)지구 대지조성 및 기반시설공사 토질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일산신도시(일산동 일대)지층 상부는 물이 많이 함유된 모래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암반층이 다른 지역에 비해 급격히 낮은 지하 23~28m에 형성돼 있다. 땅꺼짐이 자주 발생하는 잠실도 비슷한 토질 구성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연약한 지반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토목공법 탓에 지반이 내려앉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른 서울 지역에서도 5년 새 200건이 넘는 땅꺼짐이 일어난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누리꾼들은 우려를 나타내는 동시에 정부의 확실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자신을 일산 주민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이런 사고가 잦은 게 더 무서워요. 고층 아파트 사는 회사 분은 이번에 이사 생각하신다길래 그러시라 했습니다. 걱정이네요"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교통 급하다고 겉에만 때우지 말고 지하 물길 정밀검사 좀 하세요. 벌써 몇 번째입니까?"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싱크홀 예방 방안으로는 노후하수관로 정비, 지하공간 통합지도 마련 등이 제시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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