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소재 어린이집에 다니는 5세 여아가 또래 남아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성남 어린이집' 사건 파문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피해 아동의 부모가 '어린이집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그는 아이가 성폭행당한 사실을 자신에게 알렸으며, 딸의 진술과 일치하는 내용의 장면이 CCTV에 촬영된 것을 어린이집 원장, 담임 선생님 등과 함께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사연을 알리며 "피해자가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요구할 수 있는 제도, 강제력을 가진 중재 기관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가해자로 지목된 남아 부모는 "사건이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피해 아동 부모도 소송 의사를 내비쳤다. 피해 부모의 의뢰를 받은 법무법인측은 7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려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아동 부모의 법적 대응 예고가 나오자 일부 누리꾼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신상털이를 시작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에 남아 아버지의 이름과 직장, 가족사진 등이 올라오고 비난이 이어졌다. 가해 아동 아버지 A 씨가 소속된 스포츠단은 항의가 거세지자 A 씨 사진을 내리고 공식 홈페이지에 "관련 선수 측의 법률적 책임 여부를 떠나 우선 해당 가족이 받았을 상처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며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련 선수에 대해선 사건의 진상이 확인되는 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한 사이트에는 흉기 사진과 함께 가해 아동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와 경찰이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협박은 여러 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가해가 이어지자 가해 아동 측과 해당 어린이집은 지난 9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등에 악성 글을 올린 일부 누리꾼을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8일 피해 아동 부모와 만나 대화를 하는 등 본격적인 내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가해 아동은 만 5세로 형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 현행법상 가해자가 만 10세 미만이면 아동 상호 간 일어난 범죄는 형사 처벌되지 않고 별도의 치료와 교육을 권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된다.
민법 제755조에 따르면 책임무능력자가 불법행위를 하면 감독자가 감독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즉, 이번 사건의 경우 감독자인 어린이집 교사나 가해 아동의 부모가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유아 성교육의 중요성도 화제로 떠올랐다.
사건을 접한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성폭력 가해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걱정에 유아 성교육에 대한 각종 고민을 나눴다.
한 누리꾼은 육아 관련 사이트에 자신이 3세 여아의 엄마라고 밝히며 "딸 엄마라 아무래도 걱정이 많은데 뉴스 보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네요. 아직 3세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고민 상담을 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동의해요. 성교육 동화는 대체 어떤 걸 사야 하나 고민이에요", "성남시 사건 보니 너무 무서워서 (성교육 관련 교재를) 사야겠어요"라며 공감했다.
하지만 국내 보육 시설에서의 성교육은 부실한 실정이다. 3~5세 누리과정에 성교육 관련 내용이 있긴 하지만 교사 재량에 맡겨 있어 하지 않고 지나가도 알 방법이 없다. '유치원 성교육 표준안'의 경우 여러 시민단체로부터 성차별적이며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을 오히려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아름다운성교육문화연구소 정지승 소장은 "성남 어린이집 사건과 비슷한 일들이 많다"며 "이는 사회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문제의 원인은 "아이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학습, 습관의 결과일 수 있다"면서 "부모가 아이들에게 스킨십을 할 때 아이의 의사를 묻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가 밖에 나가서도 상대를 존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재 강사를 1년에 2번 정도 초청해서 하는 성교육은 별 효과가 없다"며 "아이들에게 존중, 배려, 다름을 가르치기 위해선 국가가 예산을 지원해 전문적인 성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실태에 대해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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