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편향성 소지가 있는 사안을 한문 시험문제로 낸 전남 여수의 한 고등학교가 10일 결국 재시험을 치렀다. 앞서 매일경제가 이 고등학교 A교사가 지난 3일 이같은 시험문제를 출제했다고 단독보도한 뒤 나흘만에 이뤄진 조치다.
해당 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학교 2학년 학생들은 이날 오전 한문 기말고사를 다시 치렀다. 이 학교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 9일 학교 성적관리위원회에서 재시험 결정이 났다"면서 "(시험 지문에 정치인 등)실명이 거론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점을 문제라고 봤다. (출제 교사)본인도 문제의 적정성에서 출제 오류가 있다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재시험은 앞서 문제가 된 5개에 대해 이뤄졌고, 고전작품 등을 인용한 문제를 출제해 논란 소지를 차단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지난 3일 치러진 이 학교 한문 시험에는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조국 후보자를 향해 공격적으로 쓴소리를 하자 금 의원에게 조 후보자 지지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는 기사를 지문으로 싣고, 조 전 장관의 심경을 묻는 질문이 포함됐다. 유도한 답은 '배은망덕'이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 사고 기사 등을 제시하고, 장 의원은 '유구무언'이라는 답을 유도한 질문도 있었다.
본지 보도 이후 이같은 문제가 알려지자 학교측은 교사들로 구성된 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해당 교사로부터 출제의중을 듣는 등 조사에 나섰다.
재시험을 결정한 학교 측은 출제자 A교사 처분 계획에 대해 "어떤 절차를 거칠 것"이라면서도 "어떤 절차가 될 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앞서 본지가 A교사와 통화하면서 정치편향 문제를 지적하자 그는 "충분히 숙고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도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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