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을 한 재판부가 동시에 맡습니다.
두 사건 모두 파기환송심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만큼, 재판부는 두 사건을 병합해서 한 번에 선고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기존 형사1부(정준영 김세종 송영승 부장판사)에 배당된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사건 파기환송심을 형사6부(오석준 백승엽 조기열 부장판사)로 재배당했습니다.
당초 형사1부에 배당한 것은 파기 환송된 사건을 환송 전 사건 재판부의 대리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하는 원칙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형사1부는 이 사건을 대법원이 환송하기 전에 2심을 맡았던 형사13부의 대리 재판부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을 담당하는 형사6부에 특활비 사건을 다시 배당한 것입니다.
법원은 두 사건을 합쳐 재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사건을 재배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돼야 하는 '뇌물 분리선고' 원칙도 법원이 사건 병합을 고려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가 재임 중 행위로 뇌물 혐의를 받을 경우 다른 범죄 혐의와 분리해 선고하도록 규정합니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2심이 뇌물 분리선고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 역시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분리선고 원칙이 적용돼야 합니다. 대법원이 지난달 특활비 사건을 파기환송 하면서 뇌물 혐의를 유죄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국정농단 사건과 국정원 특활비 사건을 각각 다른 재판부에서 판결하면 총 4개의 형이 따로 선고되는 셈입니다.
이 경우 박 전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병합하는 것이 낫다고 법원은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받은 36억5천만원의 특활비 가운데 34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가, 2억원에 대해서는 뇌물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이 27억원에 대해서만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보고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것보다 혐의 인정 액수를 늘린 것입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기존 2심이 특활비 사건과 관련해 선고한 징역 5년보다 높은 형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국정농단 사건까지 병합하면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양형에 조금 유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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