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접대 의혹 6년 만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기소한 검찰은 '공소시효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 복잡한 논리를 구성했지만, 핵심 증인의 '진술 번복'까지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오늘(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김 전 차관의 제3자 뇌물 등 주요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법정 증언을 중요한 근거로 삼았습니다.
제3자 뇌물 혐의는 김 전 차관의 성 접대 의혹을 처벌하기 위해 검찰이 사용한 가장 중요한 '지렛대'였습니다.
김 전 차관을 성폭력 혐의로 기소하기 어렵다고 본 검찰은 이를 윤씨로부터 받은 '액수 불상의 뇌물'이라고 범죄사실을 구성했습니다.
뇌물죄의 경우 가액이 1억원 미만이면 공소시효가 10년이라 2006∼2007년 받은 성 접대는 처벌할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제3자 뇌물 혐의 1억원을 추가해 성 접대를 포함한 향응 3천100만원과 하나의 죄를 구성한다고 보고 기소했습니다.
이 혐의는 김 전 차관이 윤씨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제3자인 A 씨가 윤씨에게 진 채무 1억원을 면제받는 '이득'을 얻도록 했다는 내용입니다.
A 씨는 1억원을 두고 윤씨와 법적 분쟁까지 벌였습니다. 이에 김 전 차관이 A 씨와 자신의 성관계 사실이 폭로될까 우려해 윤씨에게 채무 면제를 부탁했다고 검찰은 봤습니다.
이 혐의가 인정되면 공소시효 15년이 적용돼 성 접대 의혹을 포함한 뇌물 혐의를 처벌할 수 있게 되고, 인정되지 않으면 모든 혐의가 무너지는 구조였습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와 법리의 측면 모두에서 제3자 뇌물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에 따라 나머지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우선 사실관계의 측면에서 재판부는 A 씨가 윤씨에게 갚아야 할 1억원의 채무가 있었다고 보기도, 윤씨가 이를 면제해 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습니다.
윤중천씨의 진술 번복이 결정타였습니다.
윤씨는 법정에서 "1억원 안 받고 용서해 준다고 말한 적 없다"라거나, "A 씨를 고소할 때 진짜로 돈을 돌려받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윤씨가 검찰에서 한 진술을 뒤집은 것으로, 재판부는 이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법리적 측면에서도, 윤씨가 검찰에서의 진술과 달리 "김 전 차관이 A 씨에게 돈을 돌려받지 말라는 취지로 말한 적 없고, 김 전 차관 때문에 A씨에 대한 고소를 취소한 것이 아니다"라고 법정에서 증언한 것이 무죄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이 진술을 근거로 제3자 뇌물 혐의를 인정하는 데 필요한 '부정한 청탁'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이 밖에 재판부는 김 전 차관에 대해 검찰이 적용한 수뢰후 부정처사 혐의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윤씨의 검찰 조서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 판단을 했습니다.
김 전 차관 측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윤씨의 진술이 여러 차례 바뀐다는 점을 내세워 신빙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과거 김 전 차관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윤씨가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재청구를 방지하고자 검찰에 유리한 진술을 해줬다는 의심을 표시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김 전 차관 측의 이러한 변론 전략이 재판 과정에서 일정 부분 받아들여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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