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파업 이틀째인 21일, 화물 열차 운행률이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져 물류에 차질이 가시화하고 있다. 파업에 대비해 화주들이 육상 수송과 철도 수송을 병행하거나 사전 수송으로 돌리면서 아직까지 '수송대란'이 빚어지지 않은 상태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시멘트 등 철도 이용률이 높은 화물 물류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광역지하철 등 철도 운행률도 파업 첫 날에 비해 더 떨어져 출퇴근 승객들의 불편이 커졌지만 사고 등 극단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21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화물열차는 평시 대비 25%의 운행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전철은 86.1%, 일반 열차는 65.2%, KTX는 76%의 운행률을 보였다. 화물 수송이 평소의 4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지만 수송 대란은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파업 전에 5일치 분량을 미리 수송했고, 도로수송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수송대란을 염려할 수준은 아직 아니다"고 전했다.
수도권 유일의 내륙컨테이너기지인 의왕ICD는 철도로 수송한 콘테이너 물량이 평시 대비 70% 수준으로 낮아졌다. 의왕ICD 관계자는 "파업 첫날 평소 대비 70% 수준인 997 TEU(승하차 포함)를 처리했고 파업이 이어지면서 처리 물동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파업이 장기화한다면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철도 승객들은 감축 운행이 본격화 되면서 출퇴근 불편이 가중됐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2호선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코레일이 운영하는 1호선은 승강장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1호선 수원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플랫폼에 길게 줄지어 선 시민들은 출근길 칼바람 속에 발을 동동 구르며 열차를 기다렸다. 그나마 도착한 열차는 이미 승객으로 가득 차 택시 승강장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특히 철도파업에 버스파업까지 겹친 고양시민들의 불편이 컸다. 이날 고양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경의중앙선 운행 횟수는 하루 162회에서 124회로 줄고, 배차 간격도 평소 10~20분에서 30분 이상 벌어졌다. 여기에 서울을 오가는 20개 노선 270여대 버스가 사흘째 멈춰섰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들은 대중교통 이용을 포기하고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등 하루종일 불편을 겪었다. 직장인 김 모씨(43)는 "버스에 이어 철도까지 파업해 오늘부터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사태가 마무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용객이 몰리는 이번 주말이 철도파업의 첫 고비가 될 전망이다. 특히 22일 오후부터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KTX는 이미 대부분 매진돼 논술시험을 치러 상경하는 수험생과 한·아세안 정상회담 참석차 부산으로 이동할 행사 관계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관광객 등이 많이 몰리는 KTX강릉선도 운행횟수가 기존 36회에서 24회로 줄어들어 자리 쟁탈전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릉 주민 최 모씨(36·여)는 "이번 주말 서울 방문 일정은 아예 포기했다"면서 "노조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민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홍구 기자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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