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 씨가 17년 만에 우리나라에 입국할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서울고법 행정10부(한창훈 부장판사)는 오늘(15일) 유씨가 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관을 상대로 "사증 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한 사증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유씨는 2002년 한국 국적을 포기해 법무부로부터 입국을 제한당한 후 2015년 9월 재외동포 비자(F-4)로 입국하도록 해 달라고 신청했다가 거부당했고,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2심은 정부의 비자발급 거부가 적법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씨가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해 병역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LA 총영사관의 처분이 정당했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올해 8월 대법원은 법무부의 입국 금지 조치가 부당했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LA 총영사관이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단지 과거에 입국 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발급을 거부한 것은 옳지 않다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유씨 측은 재판에서 유씨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이 병역 의무를 면할 목적이었다고 법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유씨에게 2002년부터 17년째 입국이 불허된 것은 지나치고,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한 외국 국적 취득 사례가 매년 발생하는데도 유씨에게만 과도한 입국 금지 처분이 내려진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했습니다.
반면 LA 총영사관 측은 "사실상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재량권을 발휘할 여지가 없다고 볼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재외동포비자는 비자 중 가장 혜택이 많은 비자"라며 "단순히 재외 동포라면 모두 다 발급해 주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습니다.
LA 총영사관이 이번 판결을 받아들인다면 유씨가 신청한 비자 발급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유씨는 병역의무가 해제된 38세가 이미 지난 만큼 재외동포 비자 발급을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비자 발급이 이뤄지면 유씨가 17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길이 열리는 것입니다.
다만 LA 총영사관이 이번 판결에 대해 재상고할 수 있고, 비자발급 거부 처분이 소송 끝에 최종적으로 취소되더라도 다른 이유를 들어 비자 발급을 거부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