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20 도쿄올림픽 경기장 내 욱일기 반입을 허용하면서 찬반 여론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경기장 내 욱일기 반입을 사실상 허용한 데 이어 도쿄패럴림픽조직위원회는 욱일기를 형상화한 디자인의 메달을 공개해 논란이 됐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에 항의했지만 두 기관 모두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와 대화해 보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할 뿐이다.
욱일기는 일본 국기인 일장기의 태양 문양 주위에 퍼져 나가는 햇살을 형상화한 것으로 지난 1870년 일본 육군 깃발로 채택하면서 공식적인 지위를 얻었다. 이후 지난 1894년 청일전쟁을 치르면서 욱일기를 앞세운 일본 군대가 청나라 병사들을 사살하는 장면을 내세우며 전쟁의 상징물로 변했다. 독일은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문양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것에 반해 욱일기는 현재 자위대에서 여전히 사용하고 있으며 스포츠 경기 응원에도 종종 등장한다.
이처럼 침략전쟁과 관련이 있는 욱일기를 도쿄올림픽 경기장으로 반입하는 행위에 대해 논란이 있음에도 일본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욱일기 관련 홍보물을 한국어, 영어, 불어, 스페인어로 번역해 올렸다. 이 게시물에 따르면 욱일기는 대어기(풍어를 기원하는 기), 출산, 명절 축하 등 일상에서 사용하며 국제사회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국주의 일본군이 사용하던 전범기였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한국 정부는 지난 9일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의 다국어 포털 '코리아넷'을 통해 일본의 주장을 반박했다. 호사카 유지(64) 세종대 교수는 '도쿄 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은 일본에 득보다 실이 많다'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을 올려 "침략전쟁 때 사용하던 군기를 도쿄올림픽 경기장으로 반입하는 건 무리가 있다"면서 "욱일기가 역사적·문화적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는 주장은 확대 해석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코리아넷은 호사카 교수의 칼럼을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 서비스로도 제공한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도 지난 11일 '욱일기는 전범의 깃발이다'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일본이 욱일기를 내세워 아시아 땅에서 빼앗은 생명은 2000만명 이상이다"라며 "일본 정부는 욱일기가 침략전쟁에서 사용한 군국주의 깃발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계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욱일기 디자인 상품 판매 중단 요청을 하고 세계 친구들에게 욱일기가 전범기임을 적극적으로 알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측의 지속적인 욱일기 반대 주장에 세계 곳곳에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등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에서 지난 2년간 거주하며 욱일기의 폭력적인 의미를 알게된 미국인 채드 태너 씨는 백악관 청원 홈페이지 '위 더 피플'에 "2020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허가한 일본과 IOC 결정을 반대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 청원은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 10월 23일 백악관 공식 답변 기준인 동의 서명 10만명을 넘겼다. 중국 누리꾼들도 SNS에 욱일기 사진을 공유하며 "욱일기는 침략의 상징이다", "일본 군국주의가 돌아왔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도영 대한체육회 홍보실장은 "도쿄올림픽에 욱일기 반입을 막기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스포츠계의 공감대를 얻는 노력을 계속 하겠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욱일기 사용의 문제점을 계속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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