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실수로 고객과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과하자니 시간이 없고 대충 넘어갈 수도 없어서 사과 대행을 신청했는데 결과에 만족합니다. 저 대신 싫은 소리 듣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역할 대행업체를 통해 사과 대행서비스를 이용한 한 누리꾼의 후기다. 대행 서비스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 결혼식 하객, 장례 조문객, 주차, 배달 등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퇴직부터 연애, 독서 등 일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대행해주는 업체를 찾을 수 있을 만큼 다양해졌다. 전문가들은 대면접촉과 감정 소모에 피로감을 느끼는 세태가 반영됐다고 분석한다.
최근 퇴사 대행서비스가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시초는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구인난이 심각해지면서 퇴사할 때 눈치를 보는 직원들이 늘면서 사직서를 대신 내주는 서비스가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해 말부터 퇴사 대행업체들이 생겨 현재 5~6곳 정도의 퇴사 대행업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퇴사를 원하는 의뢰인이 희망퇴직일을 정하면 퇴사플래너와 상담을 거쳐 사직서 등 문서를 작성한다. 대행업체는 고객 대신 사직 의사를 전달하고 사직서와 반납할 물품을 발송한다. 사직서가 수리되면 퇴직금 정산, 근로소득원천징수 등 서류를 전달받는다. 추가요청에 따라 사무실에 있는 자신의 짐을 대신 빼주기도 한다.
퇴사 대행업체 '사직서'를 통해 퇴사에 성공한 한 의뢰인은 "이직을 해야 하는데 시간을 맞추긴 어렵고, 각자 회사에서는 자기들 입장만 생각하고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이직에만 신경 쓸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했다.
이별, 사과, 질투심 유발 등의 대행서비스 업체도 있다. 전화로 의뢰인 대신 이별을 통보하기도 하지만 업체 직원들이 상대를 만나 부모, 친인척 역할 연기를 하며 정중히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6년 대비 올해 8월의 데이트 폭력 피해자 증가율은 64.6%에 달하는 등 데이트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안전한 이별을 위해 서비스 이용하는 이들이 늘었다.
H 역할 대행업체 홈페이지에 따르면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정중하게 갚지 못하는 불가피한 이유와 사과를 전해달라고 의뢰하는 경우, 역할극을 통해 연인 사이에서 질투심을 유발해달라는 요청 등 다양했다.
연간 8만 종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서점이 대신 책을 골라 보내주는 서비스도 최근 인기다. 독서관리 앱 '플라이북'은 독자들이 자신의 연령·직업·취향 같은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책을 추천한다.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구독자의 취향에 맞는 책 한 권을 배송한다. 구독자는 택배를 받기 전까지 어떤 책이 선정됐는지 알 수 없다. 읽었던 책이나 집에 있던 책이 배송된 경우엔 책을 교환할 수 있다.
[디지털뉴스국 유정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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