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논객 변희재씨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거머리', '매국노' 등으로 지칭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북'이라는 표현은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에 가깝다고 본 판단에 따라 해당 표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2부(유상재 부장판사)는 이 지사가 변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변씨가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변씨는 2013년 1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트위터에 13차례에 걸쳐 이 지사를 '종북 혐의', '종북에 기생해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떼들' '매국노' 등으로 표현했다. 이 지사는 이로 인해 사회적 평가가 심각하게 침해됐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이 지사를 종북으로 지칭하거나 매국노로 지칭한 글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40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종북'이라는 말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는 공인인 이 지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 표명이나 의혹 제기에 불과해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봄이 타당하다"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종북이라는 표현은 이 지사의 정치적 행보나 태도를 비판하려는 수사학적 과장을 위해 사용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지자체장이자 공당 당원인 이 지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에 대해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허용될 필요성이 있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변씨가 이 지사에 대해 '종북에 기생하여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떼'라고 표현한 것은 단순한 논쟁·비판을 넘어선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보고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디지털뉴스국 유정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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