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2심에서는 유죄 판단을 받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균용 부장판사)는 오늘(9일) 구 전 청장의 항소심에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구 전 청장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경찰이 백남기 씨에게 직사 살수해 두개골 골절 등으로 사망케 한 사건과 관련해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현장 지휘관에 대해 일반적인 지휘·감독 의무만을 부담하는 구 전 청장이 살수의 구체적 양상까지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반대였습니다.
재판부는 "집회 당시 총괄 책임자로서 사전에 경찰이나 참가자들 중 부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서울지방경찰청의 상황센터 내부 구조나 상황지휘센터의 기능, 무전을 통해 실시간 현장 상황을 파악할 체계가 구축된 점, 상황센터 내 교통 CCTV 영상이나 종합편성채널 보도 영상 등을 종합하면 당시 현장 지휘관이 지휘·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장 지휘관의 보고를 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절히 지휘권을 행사해 과잉 살수가 방치되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했어야 함에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집회·시위 현장에서 불법·폭력행위를 한 시위 참가자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듯이, 경찰이 쓴 수단이 적절한 수준을 초과한다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당시 집회가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폭력 시위 양상으로 흘렀던 점, 민사 소송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이뤄진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에게는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살수 요원인 한 모 경장과 최 모 경장에게도 각각 1천만 원과 7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선고를 마친 구 전 청장은 판단이 바뀐 데 대한 소감을 질문받자 "유죄이든 무죄이든 내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며 법원을 떠났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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