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의혹으로 퇴학당한 학생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더라도 퇴학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1부(김재호 부장판사)는 A 씨가 서울 명문 사립대를 상대로 제기한 '퇴학처분 무효확인'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A 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A 씨는 2016년 같은 학교 학생인 B 씨가 술에 취한 틈을 타 B 씨를 성폭행 및 성추행했다는 이유로 2017년 퇴학당했습니다.
B 씨는 A 씨를 강간치상, 준강간 등 혐의로 고소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둘 사이 성관계가 서로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A 씨는 "B 씨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뿐인데 학교가 B 씨의 일방적인 진술에 기초해 퇴학 처분을 했다"며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민사 소송에서의 증명은 형사 소송처럼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며 '혐의없음' 처분이 퇴학의 사유마저 부정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법원이 성희롱 소송을 심리할 때는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성희롱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배척하는 건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한 증거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B 씨는 사건 당시 상당히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고, B 씨를 잘 아는 사람들도 거주하는 B씨 원룸 복도에서 성적 행위가 이뤄졌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건이 알려질 경우 B 씨가 큰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B 씨가 원고에게 저항하지 못했다는 것을 이유로 B 씨가 성적 행위에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B 씨는 사건 발생 4일 후 양성평등센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원고에게 악감정을 갖고 허위로 진술할 동기를 찾기 어렵다"며 "B 씨는 현재까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고, 검사가 불기소한 이유는 원고의 폭행·협박이 없었다는 이유 때문이지 B 씨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은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B 씨가 성행위에 동의했다는 것은 원고의 추측"이라며 "성 인권 보호 규정에 의하면 성적 수치심에 대한 판단 기준은 피해자의 합리적인 주관적 판단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니 B 씨가 성적 자율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만큼 당시 상황이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질 만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2심 재판부는 이러한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A 씨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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