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수용자 HIV 감염 사실 노출은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수용자의 감염 사실을 노출하고 격리 수용한 교도소의 행위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17일 인권위에 따르면 올해 1월 A씨 등 대구교도소 HIV 감염 수용자 3명이 교도관들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대구교도소는 HIV 감염자들만 따로 격리수용했으며 이들이 생활하는 거실에 '특이 환자'라는 표식을 했다. 의료수용동 청소 도우미와 동료 수용자에게도 진정인의 HIV 감염 사실을 알렸다. 수형자 운동시간에도 차별은 이어졌다. 교도소는 HIV 감염인들만 따로 운동하도록 했고 다른 수용자들과 같은 시간에 운동할 때엔 선을 그어 넘어가지 못하게 했다.
질병관리본부의 2019 HIV 관리지침에 따르면 HIV 감염자가 사용한 물건에 단순 접촉하거나 음식을 공유하거나 서로 만지고 껴안고 악수를 하는 등 신체적인 접촉으로는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 같은 방을 사용하거나 공공시설 공유, 수건이나 옷 등을 같이 쓸 때에도 HIV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

인권위는 "이러한 우려를 이유로 HIV 감염자와 접촉을 꺼리거나 차별, 격리해서는 안 된다"며 "단지 HIV 감염자라는 이유로 격리 수용해 공동체 생활에서 배제한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특이환자' 표식을 하는 등 HIV 감염 사실을 노출한 것은 헌법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각 교정시설에서 HIV 등 수용자의 민감한 개인 병력이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관련 지침을 마련해 각 교정기관에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
[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