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을 개명 후 '코피노'(필리핀 혼혈아)로 둔갑시켜 필리핀에 유기하고 연락을 끊은 혐의를 받는 부부가 4년 만에 붙잡혔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윤경원 부장검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아동 유기·방임)로 A 씨를 구속기소하고, 아내 B 씨를 불구속기소 했다고 16일 밝혔다.
최씨 부부는 지난 2004년 낳은 둘째 아들이 자라면서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야 할 나이가 되자 최씨 부부는 자신의 집에서 1시간이나 떨어진 마산 소재 어린이집에 아들을 보냈다. 보육료는 매달 보냈지만 한 번도 아이를 보러 가지는 않았다.
원장이 아들을 돌려보내자 지난 2012년,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할 아들을 충북 괴산에 있는 사찰로 보냈다. 주지 스님은 최씨 부부에게 800만원을 받고 1년 6개월 동안 아이를 돌봤다. 하지만 아이의 정신이상이 심각해지자 다시 최씨 부부에게 돌려보냈다.
버린 아들이 돌아오는 상황이 반복되자 A 씨는 지난 2014년 11월께 정신장애가 있는 친아들 C(당시 10살) 군을 필리핀으로 데려가 현지 한인 선교사에게 맡겼다.
A 씨는 C 군의 이름을 개명하고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낳은 혼혈아인 '코피노'라고 속인 뒤 "엄마가 없어 제대로 키우기 힘들다"며 양육비 3900만원을 주고 떠났다.
C군이 필리핀에 있는 동안 사망이나 질병 등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도 작성했다. 또 아이가 귀국하지 못하게 여권까지 빼앗아 국내에 들어온 A 씨는 전화번호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C 군 부모와 연락할 방법을 찾지 못한 선교사는 결국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필리핀에 버려진 한국 아이'라는 제목으로 사연을 올렸다.
이를 본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이 수사를 의뢰하면서 경찰은 외교부 등과 함께 C 군을 4년 만에 한국으로 데려왔고 수소문 끝에 A 씨 소재를 찾았다.
하지만 필리핀 마닐라지역 보육원 등에서 4년간 방치된 C 군은 정신장애가 더욱 악화했고 왼쪽 눈은 실명되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아동 방임 외에 유기 혐의를 덧붙이고 A 씨와 함께 아내 B 씨도 기소했다.
검찰 조사에서 최씨는 "아이가 불교를 좋아해서 템플스테이를 보냈고, 영어 능통자를 만들고자 필리핀에 유학을 보냈다. 유기한 것은 절대 아니다. 유학비로 3500만원을 보냈다"며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대 피해 아동 쉼터를 거쳐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C 군은 "집에 가면 아빠가 또 다른 나라에 버릴 것"이라며 "아빠한테 제발 보내지 말라"고 가정 복귀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장애가 있는 친아들을 국내와 해외에 유기해 애초 경도 수준의 장애가 중증도의 정신분열로 치닫게 한 반인륜적 사건"이라며 "아동보호기관과 유기적 협력을 통해 피해 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 심리 치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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