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에 대해 사이코패스라기보다는 경계성 성격 장애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1일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고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 "프로파일러 투입 결과, 피의자가 전 남편인 피해자와 자녀의 면접 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 때문에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일각에선 시신 훼손 등 범죄 수법이 잔인함을 근거로 고씨가 사이코패스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와 관련 경찰은 범죄 수법이 잔인하다고 해서 무조건 사이코패스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고씨를 직접 조사한 프로파일러의 조사 결과, 사이코패스의 경우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고유정은 가족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는 정황을 봤을 때 사이코패스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피의자 고유정이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사이코패스 같으면 굉장히 초법적 사고를 많이 하고 합법과 불법을 아주 쉽게 넘나든다. 그래서 꼭 중범이 아니더라도 전과력이 많이 누적되고 그런 특성이 청소년기부터 나타난다"며 "그런데 이 여성(고유정) 같은 경우에 딱이 전과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유정은 5~6년간 전 남편과 장기 연애 후 결혼을 했고, 아버지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아들의 양육권까지 갖는 등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문제는 첫 번째 남편(피해자)에게 극도의 집착을 했던 것 같다"며 "그러한 특이성으로 보통 여자 살인범 중에는 배우자를 굉장히 잔혹하게 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외국 사례를 보면 그들의 성격적인 특징이 '경계성 성격 장애'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성격이라면 갑자기 포악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 폭력적인 행위를 반복하다 결국 이혼까지 가게 된 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 폭력적인 행위를 하면서도 남편한테 사랑받길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오는 12일 고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고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사체은닉 등이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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