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구입 및 투약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유명 방송인 겸 미국 변호사 하일씨(61·미국명 로버트 할리)에게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9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전날 체포한 하씨의 소변을 이용해 마약 반응 간이검사를 한 결과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통 간이검사에서는 최근 일주일 내 투약분에 대해서만 양성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하씨의 자택에서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주사기가 발견되고, 지난달 하씨가 마약 판매책 계좌에 수십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 하씨가 이 돈을 입금하고 받은 필로폰을 이달 초 투약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씨 역시 경찰조사에서 마약 구입과 투약 혐의 모두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씨는 이날 오전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압송됐다. 조사실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취재진으로부터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공범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받았지만 "죄송하다"는 짧은 답변을 남겼다.
경찰은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마약을 거래하는 용의자들을 추적하던 중 할리의 존재를 확인했다. 경찰은 하씨를 상대로 마약 구입·투약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한편 인천경찰청이 맡고 있는 변종 마약 투약 사건은 수사 대상이 SK그룹 일가 3세에서 현대가 3세로 이동했다.
재벌가 3세 변종 마약 투약 사건을 수사해 온 인천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이날 오전 SK그룹 일가 최모씨(31)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송치했다.
최씨는 지난해 3∼5월 평소 알고 지내던 마약 공급책 이모씨(27)로부터 변종 마약인 대마 쿠키와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15차례 사서 피운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또 지난달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또 다른 판매책(30)으로부터 대마초를 3차례 구매해 피운 혐의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이씨에게 총 45번에 걸쳐 대마를 구입했으며, 대부분 변종 마약인 대마 쿠키였다. 2000년대 중반 유행하기 시작한 대마 쿠키는 유학생들과 외국인 강사 등이 해외에서 몰래 들여와 투약하며 확산됐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 대마를 샀고 주로 집에서 피웠다"며 혐의를 인정했다.
최씨를 검찰로 송치한 경찰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인 현대가 3세 정모씨(28)를 불러 수사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정씨는 미국 유학 시절 알게 된 이씨와 함께 지난해 국내에서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해외에 체류중인 정씨는 변호인을 통해 "조만간 귀국해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경찰에 전달해왔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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