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물건은 버리고 가진 것은 최소화하는 미니멀리즘이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3개월 동안 33개의 패션 아이템만으로 생활하는 '프로젝트333'이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2010년 미국 미니멀리스트들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333은 33개의 패션 아이템만을 사용해 한 계절을 지내보는 챌린지 형식의 프로젝트로, 캡슐처럼 필요한 옷만 한데 모아 돌려 입는다는 뜻에서 '캡슐 옷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33개라는 가지수만 보면 미니멀리즘과 다소 거리가 먼 듯도 하지만, 옷을 비롯한 모든 패션 아이템이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옷장에 마구잡이로 널려 있는 옷가지 중 필요한 옷과 소품 33가지를 고른다. 물론 신발, 가방, 액세서리도 포함이다. 다만 결혼반지나 속옷, 잠옷, 운동복 등은 프로젝트 항목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구매 시점부터 얼마나 사용했는지, 일주일에 몇 번 입을 수 있는지, 버리지 않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등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놓고 판단하면 더욱 합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선택을 마쳤다면 골라 놓은 옷을 제외한 나머지는 상자에 밀봉해 보이지 않는 곳에 넣어둔다. 마지막으로 3개월 동안 사용할 패션 아이템을 공책이나 메모장에 적은 뒤, 효율적으로 돌려 입을 방안을 생각한다. 이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같은 방법으로 정리를 반복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2016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소개된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다. 9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project333'을 검색하면 약 3만9000건의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정리한 옷장을 공개하며 느낀 점을 공유한 이들은 프로젝트를 통해 '비움의 미학'을 얻는다. 또 비운 뒤 다시 채우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버리는 것에 익숙해지며, 자신이 어떤 옷을 좋아하는 지도 서서히 알아간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누리꾼은 "내가 좋아하는 옷이 무엇인지 이제서야 알게 됐다. 나는 셔츠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라며 "나만의 스타일을 찾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누리꾼은 "생각해보니 100벌이 넘는 옷을 가지고 있었을 때도 입는 옷만 입었던 것 같다"며 "(프로젝트로 인해) 과소비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후기를 남겼다. 의무적으로 새 옷을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불안함이 해소됐다는 누리꾼도 있었다.
프로젝트333은 옷장뿐 아니라 냉장고, 책장 등 각종 생활용품을 정리할 때도 적용할 수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즉각 버리고 그 자리에 신선 식품을 채워 넣는 것, 첫 장을 넘겨본 적 없는 책을 버리고 꼭 읽어야 할 책만 남겨놓는 것 등도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다.
미국에 미니멀리즘 열풍을 일으킨 대표적 미니멀리스트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는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 미니멀리즘은 당신의 삶에서 과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제거하며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라며 "이를 통해 당신은 행복과 충만함, 자유를 느낄 수 있다"고 정의했다. 높아진 소득 수준에도 옷장을 채우는 대신 비우는 이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디지털뉴스국 이유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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