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발생한 고성산불로 인해 강원도 지역에 도합 530ha(축구장 740배 넓이)에 달하는 막대한 면적이 불타고 1000여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오래간만에 '산불이 위험하구나'를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렇다면 산불의 주요 원인이 무엇이고 어느 계절에 자주 발생할까요? 한 번 발생하면 얼마나 불태우고, 지역별 편차는 있을까요? 매일경제신문사는 산림청이 공개한 산불 데이터(2003~2018년) 6858건 중 화재 진압시간과 발생시간이 맞지 않는(예를 들어 화재 진압시간이 발생시간보다 더 앞서거나 같은 오류 데이터) 14건을 제외한 6844건을 구글 퓨전테이블(지도)과 Tableau Public(통계 시각화 도구)을 통해 분석해봤습니다.
▲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3~4월에 주로 발생하는 산불
전체 산불 6844건 중 무려 3899건(49.5%)가 3~4월에 집중돼 있습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전국적으로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건데요. 국립산림과학원은 봄철 산불이 겨울철보다 많은 이유로 '건조함'과 '인위적 요인'을 꼽고 있습니다. 봄철은 여름철에 비해 2배 이상 습도가 낮을 정도로 사계절 중 가장 건조한데요. 이에 더해 겨울에 집에 나서지 않았던 사람들이 등산을 하거나(입산객 실화) 혹은 산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쓰레기 논·밭두렁 등을 소각하는 등 인위적 요인이 같이 작용해 봄철 산불이 많이 난다고 합니다. 산림청이 매년 봄철 건조기를 맞아 2~5월을 산불 조심기간으로 정해둔 이유죠.
▲ 동해안 일대가 서해안보다 산불 피해 더 커
위의 그래프는 지난 16년간 피해면적 누계치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광역지자체 기준으로 1위부터 4위(강원·경북·경남·울산)가 모두 동해안 일대인데요. 반면 전남 전북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해안 일대는 소나무림 등 불에 타기 좋은 침엽수가 더 많이 자라는 반면 상대적으로 서해안은 활엽수가 더 많이 자라 피해면적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말합니다. 흔히들 산불의 3요소(연료 기상 지형)를 꼽는데 동해안과 서해안은 연료(침엽수 vs 활엽수)가 가장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죠. 한 논문에 따르면 지형상으로 봐도 영동지역은 대면적의 산림이 '연속적'으로 분포하는 반면 서해안은 작은 규모의 산림이 파편화돼 분포됐다고 나옵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셈이죠.
특히 강원이 피해가 큰 이유는, 영동지역의 경우 침엽수가 전체 산림의 60~70%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봄철엔 양간지풍(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국지풍)으로 강풍이 불곤 하죠. 조사 결과 산불이 1건 발생하면 강원은 평균적으로 4.7ha(축구장 6개 크기)가 불에 탔습니다. 전국 평균(1.4ha)의 3.3배에 달하는 수치죠.
역대로 가장 피해가 극심했던 산불이 주로 강원 영동지방서 발생했습니다. 아래 구글지도는 2003년 이후 100ha 이상을 불태웠던 대형 산불 16건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위의 지도 중 파란색으로 표시된 곳이 바로 피해면적 300ha 이상이 발생한 대형 산불을 가르키는데요. 맨 위 파란색 지점이 가장 불탄 면적(973ha)이 많았고 사회재난으로선 첫번째 재난사태가 선포됐던 '양양 낙산산불'(2005년 4월 4일 발생)입니다. 당시 초속 27m 강풍 때문에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가 중요 문화재 중 하나인 낙산사를 불태웠었던 산불이죠. 진화하는데만 꼬박 32시간이 걸렸습니다. 헬기 65대와 인력 2만181명이 투입됐었죠.
가장 진화시간이 많이 소요된 산불은 지난 2017년 5월 발생한 강원 삼척산불(위 지도에선 위쪽으로부터 세 번째 파란색 지점)입니다. 무려 4298분(거의 3일 가까이)가 걸렸는데요. 양양 낙산산불에 이어 2번째로 큰 면적(765ha)을 불태웠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소방청이 독립된 청(2017년 10월)으로 승격되면서 육상재난을 총괄하는 기구가 됐죠. 이번 고성산불 때 소방청이 전국 소방차 872대를 끌어모아 강력대응을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산불 화재원인으론 입산자 실화가 가장 많아
산불 화재원인을 살펴보면 입산자 실화가 전체의 3분의 1(2346건)을 차지했습니다. 봄철에 산행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산불이 많이 나는 이치죠. 산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쓰레기 및 논·밭두렁 소각도 산불의 주요 원인입니다. 겨울 내 모아두었던 쓰레기 혹은 논밭 잡초를 태우다가 산불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죠. 담뱃불 실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기도 합니다. 고의성이 다분한 방화도 지난 16년 간 122건에 이르렀습니다.
반면 낙뢰로 인한 '순수 자연산불'은 49건에 불과했습니다. 1년에 평균 3건에 그친 정도인데요. 이틀 전 서울 수락산에서 낙뢰로 인한 산불이 발생해 주목을 끌기도 했죠. 왜 산불이 '사회재난'으로 취급되는지를 보여주는 단초이기도 합니다.
▲ 방화와 낙뢰가 가장 불 끄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마지막으로 살펴볼 지점은 평균 진화 소요시간인데요.
참고로 전체 평균은 126분(약 2시간)입니다. 그런데 통계를 살펴보면 낙뢰는 271.7시간, 방화는 156.4시간으로 평균에 비해 수치가 높습니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보통 방화의 경우 몰래 해야 하기 때문에 남들이 보기 힘든 깊숙한 산 속에서 저질러서 발견이 빨리 안된다"며 "낙뢰 역시 산 중턱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 산불은 사회재난…우리 모두 조심해야
앞서 밝혔지만 산불의 3요소(연료 기상 지형) 중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연료뿐입니다. 전문가들이 불에 잘타는 침엽수림 중간중간에 활엽수를 심자고 이야기하는 이유죠. 그나마 불에 덜 타는 연료를 산림에 배치하면 피해가 크지 않을테니깐요
하지만 지금껏 살펴봤듯이 산불의 가장 큰 원인은 '부주의'에서 발생합니다. 입산자 실화부터 쓰레기 소각 무속인 실화 성묘객 실화 어린이불장난 등 이유도 각기 각색입니다.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순수 자연적 요건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은 극소수라는 것이죠.
년도별 산불발생 건수를 보면 들쑥날쑥 오차가 있지만 2012년 195건으로 최저점을 찍은 후 전반적으로 산불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엔 무려 498건에 달하는 산불이 났죠. 이번 고성산불로 산불의 위험성을 인식한만큼, 앞으로 산행을 할 때 보다 더 각별한 주의를 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우리네 푸른강산을 보존하기 위해선 말이죠.
[나현준 기자 rhj777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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