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면 한국에서 당신과 살고 싶다"며 SNS상에서 미군이나 외교관을 사칭해 한국인을 속여 14억원을 빼앗은 국제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2대는 피해자와 친분을 쌓은 뒤 송금을 유도하는 '로맨스 사기' 등의 수법으로 돈을 뜯어낸 나이지리아인 A(40)씨와 한국인 B씨(64)등 국제사기조직 '스캠 네트워크' 조직원 7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로맨스 사기는 인터넷 SNS, 메신저를 통해 무작위로 피해자를 접촉해 친분을 쌓은 후 거액의 돈을 송금받는 사기 수법을 말한다.
이 조직은 나이지리아와 가나 등 서아프리카에 본부를 두고 한국, 중국, 홍콩, 인도 등에서 활동해왔다. 이들은 가짜 미군·외교관 SNS 계정으로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친해지고 싶다며 친분을 쌓고 "은퇴 후 한국에서 당신과 살고 싶다", "파병근무로 인한 포상재산을 보내겠다"며 항공료와 통관비, 보관비 명목의 돈을 대포 통장으로 받았다. 범행까지 피해자들과 짧게는 2주부터 길게는 1년 이상 친분을 쌓았다.
로맨스 사기 외에도 사업이나 금 거래 등 사업을 빙자해 한국인들에 접근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2017년 8월부터 작년 6월까지 23명으로부터 약 14억원을 뜯어냈다. 경찰은 "조직원 통장 거래 내역에 피해로 의심이 가는 계좌 거래 항목이 더 있다"며 "전체 피해 규모는 10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범죄에는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 명의의 국내 은행 계좌가 사용됐다. 이들은 범죄 수익을 곧바로 인출하거나 '머니그램' 등 국제 우편환 송금을 통해 가나, 나이지리아로 빼돌렸다. 범죄수익금 일부는 생활비나 명품 구매에 쓰이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심리적으로 외로운 중·장년층이 로맨스 사기에 잘 속는다"며 "이같은 수법으로 접근하는 외국인에게 송금할 때에는 지인들과 함께 확인에 확인을 거듭할 것"을 당부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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