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불이 난 천안라마다앙코르 호텔 지하 1층에서는 호텔 직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하에서 검은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119에 처음 신고한 이다. 당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치면서 불을 끄기 위해 소화기를 들고 지하로 뛰어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불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상 1층에 설치된 가스밸브까지 잠가 더 큰 참사로 이어질 뻔한 것을 막았다.
그러나 그는 정작 화재 발생 3시간 30분 후 지하 1층 통제실 부근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더 안타까운 것은 A씨가 호텔에서 가입한 화재보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호텔이 가입한 화재보험에 직원은 해당 사항이 없어서다.
천안라마다앙코르 호텔의 화재보험 가입금액은 약 300억원대로 알려졌다. 피해를 본 투숙객들은 이 보험금을 나눠 받을 수 있지만, 숨진 A씨는 제외다. 호텔 직원 A씨와 같은 안타까운 사연은 왜 나오는 것일까. 행여라도 내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보험 처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기본적으로 특수건물 소유주는 화재보험 가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화재로 인한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층수가 11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의 호텔은 특수건물로 분류된다. 따라서 특수건물에 해당되는 호텔 소유주는 의무적으로 '특수건물 화재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호텔과 같은 특수건물에서는 화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도록 했다"며 "특수건물 특성상 보험 하나로 화재 발생시 대물배상 뿐 아니라 대인배상도 가능한 게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보험금액은 대인배상의 경우 1인당 최대 1억5000만원, 대물배상은 사고 1건당 최대 10억원이다.
이 때 호텔 직원은 대인배상에서 제외된다. 호텔 소유주의 관계인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머무르던 호텔 화재로 사망 혹은 부상을 입은 투숙객들은 피해자로서 1인당 최대 1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호텔 직원은 건물 소유주 측으로 분류돼 대인배상 혜택을 받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호텔 소유주는 특수건물 화재보험 말고 일반 화재보험을 따로 들을 수 있다. 물론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다. 일반 화재보험 가입을 통해 담보받는 것은 건물, 집기시설, 주차장을 비롯해 휴업손해나 신체손해 배상, 가스폭발 등 다양하다. 하지만 일반 화재보험에서도 특수건물 화재보험과 마찬가지로 호텔 직원에 대한 배상을 담보로 한 상품은 따로 없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호텔에서 가입하는 일반 화재보험의 담보되는 것은 상품마다 또 보험 기간마다 매우 다르다"며 "호텔 직원에 대한 화재보험 혜택은 따로 없고 (직원들은) 산재보험 혜택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특급호텔에서도 일반 화재보험의 특약 가입을 다 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 담보만 골라 하는 실정이다. 담보가 많을수록 보험료 부담이 커져서다.
보험사 관계자는 "불이 났다고 해서 다 보험 처리가 되는 것은 아니고 가스폭발로 인한 화재 등은 따로 특약을 통해 담보되게끔 해야하는 부분"이라며 "하지만 그 담보 설정이 늘수록 보험료는 올라가기 때문에 호텔 측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설마 우리 호텔에서 화재가 나겠어'란 안일한 생각이 보험 가입을 간과하게 하고, 결국 비극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요즘 호텔 등 숙박업소 안전점검을 나가보면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소방시설 등을 잘 갖춰놓고 있는 편"이라며 "그러나 화재 예방을 위한 소프트웨어 측면을 들여다보면 소방시설의 유지 관리가 엉망이거나 호텔 직원에 대한 안전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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