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김지훈 씨(25)는 연말이 다가오며 우울감에 빠졌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 기분전환을 하기도 하지만 큰 효과는 없다. 그는 "가게마다 캐롤을 틀고 다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즐거워하는데 나는 연말이 더 우울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12월의 끝자락에 들어서며 물씬 풍기는 연말 분위기에 연말증후군에 빠지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으레 연말이 즐거운 시기로 여겨지는 것과 달리 성과가 없이 1년이 흘렀다는 불안감과 내년에 대한 고민으로 우울감에 빠지는 것이다.
연말 증후군은 특히 학생과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아직 취업이나 시험이 남은 이들에게는 연말의 즐거운 분위기는 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인 한 모씨(24)는 "이번에 취업에 성공했다면 나도 즐거울 수 있었을 것 같아 속상하다"며 "매일 학원에 가는데 나만 외롭고 연말을 못 즐기는 것 같아 다른 때보다 더 씁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인 임 모씨(27)는 "연말에 여행을 가게 됐는데도 내년 걱정 때문에 별로 즐겁지 않다"고 털어놨다.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직장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연말 스트레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의 58.3%는 '연말이 되면 평소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연말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큰 이유로는 '한 해 동안 성취한 것 없이 시간이 흘렀다는 허무함'이라는 응답이 55.7%로 가장 많았다. 직장인 김종현 씨(30)는 "1년 내내 회사만 다녔는데 최근 연봉 협상에서 기분만 상했다"며 "연말이라고 어수선하기만 해 피곤하다"고 덧붙였다.
경제적인 문제도 청년들이 연말 분위기를 꺼리는 이유다. 보통 송년 모임은 값비싼 식당을 가는 경우가 많아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자며 오는 연락들은 부담이 될 뿐이다. 이에 청년들은 '나홀로 연말'을 선택하기도 한다. 직장인 이다혜 씨(27)는 "모임 몇 번이면 20만~30만 원은 쉽게 깨지니까 잔고를 보면 우울할 것 같아 꼭 필요한 만남이 아니면 혼자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상에서 만족을 찾는 소확행의 마음가짐이 연말 증후군을 극복할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세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세대"라며 "경제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는 사실적인 대책이 없지만 내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피난처가 되는 사람들과 연말을 보내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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