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를 이용해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항소심이 시작됐다.
정식 재판 절차를 시작하기 전인 준비기일이라 27분 만에 종료됐지만, 검찰과 변호인은 1심 판단을 두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29일 오후 안 전 지사의 강제추행 등 혐의 사건 항소심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양측의 입장과 향후 심리계획 등을 논의했다.
정식 심리에 앞서 쟁점 등을 정리하는 절차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없어, 안 전 지사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1심은 간음·추행에 대해 대법원에서 일관되게 제시하는 기준에 어긋나게 협소하게 해석했고, 뒷받침하는 증거나 진술이 굉장히 많음에도 이를 간과·배척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지사 측은 "검찰은 1심 판결의 전체 취지를 보지 않고 일부 문구만 들어 부적절하게 반박하고 있다"며 "'위력'이 유형적으로든 무형적으로든 행사돼야 한다는 인과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도덕적·정치적 비난을 감수하고 있지만, 실정법을 위반한 범죄에 해당하는지는 다른 문제라 생각한다"며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안 전 지사는 수행비서이던 김지은 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5일까지 10차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과 강제추행 등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라 할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었으나 이를 실제로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향후 항소심에서도 위력 행사 여부를 둘러싼 판단과 김지은 씨 등의 진술 신빙성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검찰은 1심에서 이미 증언한 3명을 포함해 총 5명을 항소심에서 새로 증인으로 불러 신문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심이 이들의 증언 신빙성을 배척한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이고, 이를 뒷받침할 새 증거도 제출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1심에서 하지 않았던 안 전 지사에 대한 피고인신문도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내달 7일 오후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향후 심리계획을 구체화한 뒤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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