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기구 배터리 안에 950억 원 대 금괴를 숨겨 항공 화물로 밀반입해 오던 금괴밀수조직이 세관에 적발됐다.
인천본부세관은 밀수총책 A씨(33)와 B씨(34), 밀수 금괴 매입상 C씨(52) 등 3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관세)로 구속하고, 통관·판매·자금운반책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세관은 또 홍콩으로 도주한 해외공급책 3명에 대해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하고 뒤를 쫓고 있다.
A씨 등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 3월까지 홍콩에서 항공화물로 수입하는 조명기구 배터리안에 금괴를 숨기는 수법으로 총 1880kg(시가 958억원 어치)의 금괴를 밀수입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대용량 배터리 내부를 열어 3조각 낸 1kg짜리 금괴를 끼워 넣은 다음 재조립·포장해 정상적인 수입물품 인 것 처럼 위장했다.
이런 수법으로 한번에 1kg 중량의 금괴를 10~30개씩 대량으로 밀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은 국내로 밀수된 금괴를 서울 종로에 있는 금 도매업자에게 시가 대비 낮은 가격에 판매해 현금화한뒤 환치기·휴대반출 등의 수법으로 홍콩에 밀반출해 금괴 재매입 자금으로 활용했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조직원끼리도 신상을 공유하지 않고, 스마트폰 메신저로만 연락하는 등 철저히 점조직 형태로 움직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관은 A씨 등이 금괴 밀수를 통해 5000만 원에 달하는 1kg짜리 금괴 하나당 약 250만 원씩 총 47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관은 지난해 8월 홍콩에서 일본으로 금괴를 밀수입하려다 일본에서 적발된 금괴밀수 조직이 한국인과 관련돼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인천공항을 통해 반입된 수입화물을 정밀 분석해 홍콩에 거점을 둔 밀수조직을 일망타진했다. 인천본부세관은 "홍콩에 거점을 둔 금괴 밀수조직은 2015년 5월 일본이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해 밀수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동일한 수법으로 홍콩에서 일본으로 금괴를 밀수하다 일본세관에 적발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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