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석 울산지법원장(61·사법연수원 16기)이 "이제 늙고 병들고 꼰대가 되고 적폐가 됐지만 나는 30년 전부터 떠들고 살았다. 뭐하다 이제야 떠드느냐고 돌을 던질 분이 있으면 기꺼이 맞겠다"고 호소했다. 최근 검찰의 사법부 수사와 관련해 법원 일각에서 "고위법관들이 수사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발한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최 원장은 5일 법원 내부망에 올린 '아닙니다. 저는 30년 전부터 떠들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1990년대 후반 무렵부터 후배 판사에게 '주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함부로 발부해 주면 안 된다'고 코치하고, '긴급체포가 오남용되고 있다'고 외롭게 떠들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원장을 비롯한 몇몇 고위법관들은 지난달부터 내부 게시판에 밤샘수사 등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비판하고 "검찰의 수사 편의를 봐준 법원이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에 일부 소장판사들은 "진작에 고쳤어야 할 일을 수사 진행 와중에 꺼내는 것은 '제식구 감싸기'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최 원장은 "1988년 대법원장 사퇴를 불러왔던 이른바 2차 사법파동 때 우리 (지역) 법원 성명서를 제가 처음 썼고, 각급 법원 판사회의도 법원행정처가 만들어 준 게 아니라 우리가 싸워서 얻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995년 전후 당시 수석부장이 나를 '노조위원장'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과거부터 기존의 관행과 질서를 비판적으로 봐왔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59)이 자신의 SNS에 1994년 사회적 주목을 받던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최 원장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력과 함께 '고위법관들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취지로 두둔한 것도 언급했다.
최 원장은 "나의 해묵은 구속영장 기각 사건을 다시 들먹인 교수님은 이 정권에서 형사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실세이시던데, 우리들 적폐판사가 떠드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사법문화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해석하시더라"라고 썼다. 이어 "이 또한 민주주의 관용을 보여준 것 아닌가 싶다"며 "지금 우리 법원 구성원간의 토론과 논쟁에도 상대방에 대한 약간의 관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좁은 소견일까"라고 덧붙였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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