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53)가 시험 전 밤에 교무실에서 홀로 근무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4일 "올해 2학년 1학기 치러진 중간고사를 앞두고 A씨가 교무실에 남아 야근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A씨는 야근을 한 사실은 있지만 시험지를 보관해둔 금고 비밀번호를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새롭게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문제 유출 의혹이 불거지던 지난 8월 자택의 컴퓨터를 교체했다. 경찰은 시험 문제 유출과 관련해 컴퓨터에 저장된 단서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는 지난 2일 서울 수서경찰서가 신청한 A씨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오는 6일께 이뤄질 전망이다.
시험 문제 유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바라보는 불신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기자회견을 통해 "은밀하게 진행되는 내신비리는 적발이 쉽지 않아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내신비리가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교육부는 전국 모든 고등학교의 내신 비리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험 문제 유출의 사후 적발은 당사자 혹은 주변인의 신고가 있지 않는 이상 발견이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3~2018년 중·고등학교 시험지 유출 현황에 따르면 시험 문제 유출이 적발된 16건 중 사전에 발각된 사례는 3건에 불과했다.
문제 유출이 적발된 사례 중 상당수는 주변 학생들의 제보로 시작됐다. 2017년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에 상주하던 배움터 지킴이(스쿨폴리스)가 교무실에 보관하고 있던 기말고사 시험지를 몰래 빼돌려 일부 학생들에게 넘겼으나 학생들이 신고하면서 전말이 드러났다.
올해 전남 목포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익명의 제보자가 학교장에게 영어 시험지가 유출된 정황을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숙명여고 시험 문제 유출 사건도 주변 학원가 등을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된 것이 교육청 감사로 이어지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
교육부는 논란이 증폭된 지난 8월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 개정방향 합의안을 내고 시험문제 유출 근절을 위한 대책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과거의 시험문제 유출과 관련한 전수조사에 대해서는 마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유신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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