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단장 박광배)은 전직 금융감독원 부원장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디스플레이 제작업체 D사 대표 박 모씨(62)와 사채업자 서 모씨(49)를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채업자와 공모해 허위공시를 일삼고 주가를 조작해 158억 상당의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다. 검찰은 박 씨 등과 범행을 함께 한 P투자조합 대표 정 모씨(60)를 지난달 구속해 재판에 넘긴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와 정 씨는 2016년 3월 P투자조합을 통해 D사의 주식 210만 주를 사들여 경영권을 얻었다. 당시 두 사람은 투자조합의 자기자본으로 D사 주식을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사실 주식 인수 자금 200억원은 서 씨 등 사채업자들과 조합원이 아닌 차명 투자자에게 빌린 것이었다. 무자본 M&A(기업 인수합병)는 위험성이 높아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 이들이 고의적으로 허위 공시했다고 검찰은 봤다.
경영권을 획득한 박 씨와 정 씨는 같은 달 또다른 M&A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D사의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다. 이후 두 사람은 전환사채 100억원 어치를 인수할 능력이 전혀 없던 P투자조합을 다시 내세워 마치 인수할 것처럼 허위 공시했다. 이들은 또 서 씨와 공모해 서씨가 운영하는 회사가 신주인수권부사채 100억원 어치를 인수하는 양 거짓으로 공시했다. 인수자가 나타나면 주가가 상승세에 돌입한다는 것을 노린 것이다.
호재성 공시가 연일 이어지자 2016년 3월 초 9750원이었던 D사 주가는 같은 달 말 2만 9200원까지 치솟았다. 검찰은 박 씨 등 3명이 주가 조작으로 15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박 씨와 정씨는 회삿돈에 손을 대 횡령·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D사 계열사 2곳의 자금 63억 9000만원을 담보 없이 임직원들에게 빌려줬다. 무담보로 회삿돈을 대여할 경우 회사의 경영을 악화시킬 수 있기에 향후 돈을 돌려받더라도 배임 혐의가 적용된다. 회삿돈 48억원을 추가로 빼돌려 개인 채무 변제와 전세 자금 등으로 사용한 이들에게는 횡령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 관계자는 "사채업자 등이 담보로 받은 주식을 대량 처분하면서 주가가 급락해 다수의 일반투자자가 큰 손해를 입었다"며 "추징보전 조치를 통해 이들의 예금 등 80억원 상당의 재산을 확보하고 나머지 부당이득을 모두 환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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