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에게는 앞번호, 여학생에게는 뒷번호를 부여하는 학교 출석번호 지정 관행이 설문조사 결과 채택됐더라도 성차별적이므로 개선돼야 한다는 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는 9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교장에게 "어린 학생들에게 남녀 간 선·후가 있다는 차별의식을 갖게 할 수 있다"며 출석 번호 지정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또 해당 사안이 명백한 성차별 행위라는 점을 2005년에 이어 각 교육청에 전달했다.
해당 초등학교 학부모 A씨는 지난 3월 "학교가 남학생은 출석번호 1번, 여학생은 출석번호 50번부터 부여하고 있다"며 "이는 여학생에 대한 차별"이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장은 지난해 말 학생·학부모·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여 방식을 정한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인권위는 "성차별적 관행을 다수결로 채택했다 해서 차별적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헌법 제 11조는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교육기본법 제 4조는 '모든 국민은 성별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함'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관행의 성차별적 성격을 지적했다. 또 "새로운 출석 번호 부여 방식 때문에 학교행정이나 학급운영에 지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피진정인의 행위는 학교 생활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여학생을 불리하게 대우해 여성인 학생들의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행위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2005년 이미 우리 위원회가 해당 관행이 성차별적 행위라고 판단했음에도 서울 지역 많은 학교가 아직 이런 방식으로 출석번호를 지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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