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한 고등학교에서 고3 내신 시험문제가 통째로 유출된 사건에 학교 '윗선'이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17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광주 모 사립고교 행정실장 A(58)씨는 학교운영위원장 겸 학부모 B(52·여)씨를 지역 한 카페에서 만났다.
A씨는 B씨와 카페에서 30분간 대화를 나눴으며 이 과정에 B씨로부터 쪽지를 받았다. A씨는 '아들의 성적을 올리고 싶다. 시험문제를 빼달라'는 B씨의 요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년퇴직을 2년여 앞둔 A씨가 위험 부담을 안고 시험문제를 빼돌린 이유에 대해 금품 제공 또는 퇴직 후 일자리 보장 등 개인적인 대가뿐 아니라 상부 지시가 있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다각도로 수사 중이다.
의사이면서 병원을 경영하는 B씨는 학교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난 4월 발전기금 300만원을 기탁했다. B씨는 해당 학교 이사장 부인과 고교 동문이기도 하다.
시험지를 유출한 행정실장은 경찰 조사에서 이러한 B씨의 영향력을 주요 범행동기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험지 유출에 개입했거나 방조를 했더라도 고의성이 입증된 학교 관계자에 대해서는 형사입건할 방침"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학교는 유출된 문제로 시험을 치른 B씨 아들을 자퇴 처리하고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기말고사 9개 전 과목에 대한 재시험을 치른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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