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의료기 임대사업 등으로 30~40%의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투자자 7만여명에게서 5조원대 투자금을 가로챘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도피생활을 하던 중 사망했고, 공범B씨(56)는 지난해 징역22년 선고받았다. '희대의 사기극'으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 얘기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애만 태우고 있다. 민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조씨 일당이 일찌감치 재산을 해외에 숨겨놓은 탓에 10년 넘게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부가 조희팔 사건 같은 유사수신을 비롯해 다단계, 보이스피싱 등 악질 사기범죄로 잃은 돈을 직접 환수해 되돌려준다. 16일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패재산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몰수법)' 개정안을 이달 17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특정 유형의 사기범죄에 대해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몰수·추징명령을 받아 범죄 피해재산을 동결하도록 했다. 피해자는 검찰로부터 몰수·추징재산 명세와 가액, 환부청구 기간 등을 통지받아 관할 검찰청에 반환을 청구하면 된다. 피해재산 반환은 범죄자의 형사재판이 확정된 이후 가능하다.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범죄는 △범죄단체를 조직한 범행 △유사수신 또는 다단계 범행 △보이스피싱 범행 등이 해당된다. 사기범죄 전체에 적용할 경우 고소·고발이 남용하거나 민사사건이 형사화되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일부 범죄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사기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가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통해 돈을 돌려받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그 과정에 따로 개입하진 않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보이스피싱 등 조직 사기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범인들의 재산 은닉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형사재판이 확정되기 전까지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증거확보나 강제집행을 위한 피해재산 추적이 어려워 피해회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또 민사소송과 별개로 형사재판에서 손해배상을 결정하는 배상명령제도가 있지만 피고인의 배상책임 여부와 범위를 엄격히 따지고 재산은닉 가능성이 여전해 피해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피해자들은 형사판결 확정 전이라도 재산을 동결해 은닉을 차단할 수 있다. 복잡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도 거치지 않는다.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이미 구제받은 경우에는 차액을 뺀 나머지를 돌려 받는다. 개정안 시행 전에 피해를 당했더라도 수사가 착수되지 않았거나 수사·재판 중이면 개정안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40일 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회 각계 의견을 청취해 올 하반기 중 해당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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