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위법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졌다. 비록 합의 내용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국가 간 외교적 행위를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1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문혜정)는 강일출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외교적 행위는 국가 간 관계에서 폭넓은 재량권이 허용되는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 측 주장처럼 국가가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위안부 합의에 대한 법적 책임 인정이나 (일본이 위안부 관련 재단에 출연하기로 한) 10억엔의 성격이 불분명한 점 등 합의 내용에 부족한 게 많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간 합의로 인해 원고들 개인의 일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에 따르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는 2011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어긋나고, 피해자들에게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끼쳤다"며 2016년 8월 개인 당 위자료 1억원씩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앞서 헌재는 위안부 피해자 109명이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한국 정부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정한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일본 정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했다.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배상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다.
원고 측은 이를 바탕으로 "한·일 위안부 합의는 정부가 피해자들이 손해를 배상받는 데 '더는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고 포기 선언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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