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 노동자인 학습지 교사도 단결권·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 등 노동 3권이 보장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상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법이 정한 노동자 요건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노동 3권 사각지대에 놓였던 학습지 교사·보험모집인·레미콘 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5일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유모씨 등 9명이 "노조 활동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사건에서는 학습지 교사가 근로기준법과 노조법상 노동자의 지위를 갖는다고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현행 법체계에서 노동자 지위는 '노조법상 노동자'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나뉜다. 노조법상 근로자는 단결권(노조 결성)과 단체행동권(파업 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도 인정받으면 부당해고와 임금 미지급의 부당성도 주장할 수 있다.
재판부는 "학습지 교사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노동3권 보호의 필요성이 있으면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능교육이 원고 중 일부 교사들에 대해 위탁사업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데도 원심은 이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유씨 등 재능교육 노조원들은 2007년 임금삭감에 반발해 파업했다가 해고됐다. 이들은 중노위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학습지 교사는 현행법상 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근로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거부되자 이번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학습지 교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나, 단체행동권이 보장된 노조법상 노동자에는 해당된다"며 재능교육의 계약해지를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교사들이 사측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노무제공 자체의 대가로 보기 어렵고, 겸직 제한 등이 없어 사측과 사용종속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노조법상 노동자로도 인정하지 않아 해고가 적법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부 학습지 교사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봐야 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을 계기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던 노무종사자들도 일정한 경우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아 헌법상 노동3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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