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51·사법연수원 19기)이 자신의 공직자·민간인 불법사찰 혐의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제 명예가 회복되기 전에는 도주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석방을 요청했다.
우 전 수석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 심리로 열린 심문 기일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달라"며 재판부에 보석(보증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을 청구했다.
그는 검찰이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 보석을 허가해 주면 안 된다"고 주장한 데 대해 격앙된 목소리로 반박했다. 우 전 수석은 "이미 구속까지 돼 있는 제가 증언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과한 말"이라며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제가) 검사를 23년을 했는데 피고인이 도주하면 변명의 여지 없이 본인 잘못을 인정한다는 (뜻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사실대로 밝혀 정당하게 재판받고 싶다. 도주하고 싶은 생각이 단 요만큼도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함께 근무한 청와대 파견 직원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이 많이 남은 만큼 석방되면 진술 회유 등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여전하다"고 맞섰다. 또 "우 전 수석이 수사와 공판 과정에서 범죄 사실을 전부 부인하고 부하나 상급자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보석을 허가하지 말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국가정보원에 지시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55·18기)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하고,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운용 상황을 보고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15일 구속됐다. 그는 법원에 구속이 합당한지를 가리는 구속적부심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난 1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향후 양 측의 의견을 검토한 뒤 우 전 수석의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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