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간 계약없이 비수도권까지 연장된 전철 구간을 이용하는 승객이 경기버스로 환승할 때 발생하는 환승손실금까지 경기도가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서울고법 재판부는 지난 1일 '장항선·경춘선 연장 구간 환승손실보전금 청구 항소심'과 관련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청구를 기각하고 경기도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코레일은 지난 2008년 연장 개통된 장항선 충남구간(봉명~신창역), 경춘선 강원구간(굴봉산~춘천역) 이용객이 경기버스로 환승할 때 발생하는 환승손실금을 경기도가 부담해야 한다며 2015년 10월 '환승손실보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07년 6월 서명한 '서울·경기 수도권통합환승할인 합의문'이 규정하는 '수도권 전철'에 연장노선이 포함될 수 있고, 경기버스 탑승자가 연장 노선에 하차할 경우 경기도측이 손실보전금을 부담하고 있어 이를 암묵적 합의로 봐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행정5부는 지난해 10월 코레일의 청구를 기각했다. 합의문 작성 당시 해당 연장 노선이 존재하지 않은 점, 연장 노선에 대해 합의문이 적용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당사자들간 명시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강원도나 충청남도는 수도권에 포함되지 않은 점 등을 판시 근거로 삼았다.
코레일은 곧바로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경기도 손을 들어줬다. 코레일은 항소심서 장항선 상행 승객이 천안역 이전 연장구간(신창역 등)에서 승차할 경우에도 천악역에서 승차한 것으로 간주해 환승할인 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를 추가로 개발해 공세를 폈지만 실패했다.
재판부는 승차역을 임의로 변경해 정산할 경우 정산체계 기준을 흔들고 환승할인제 취지에 맞지 않다는 점, 타 자치단체에서 유발된 통행 부담까지 경기도민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등의 경기도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도는 이번 항소심 판결로 소송패소 시 부담해야 하는 20억 원과 매년 3억 원 이상의 환승손실보전금 지급에 따른 재정 부담을 해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당사자 간 '명시된 합의' 없이 환승손실보전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법적으로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면서 "서울교통공사가 최근 경기도를 상대로 낸 '미세먼지 대중교통 무료 운행 관련 환승손실금 청구 소송'에도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시가 지난 2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로 대중교통 요금을 사흘간 면제해주는 정책을 시행할 당시 발생한 출퇴근 시간대 환승손실금의 46%를 협약에 따라 경기도가 지급해야 한다며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대해 경기도는 "서울시가 사전 협의없이 일방으로 강행한 정책인데다 당시 사흘 동안 출퇴근 시간대 요금이 무료라 0원의 46%는 0원이라며 줄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도는 환승손실금 지급소송 등 소모적 갈등을 지양하기 위해 경기도, 서울시, 인천시, 코레일 등 4개 기관이 참여하는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환승 요금체계 개선 방안 공동용역'을 통해 합리적 손실보전 기준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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