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기자로 근무하다 PD로 보직이 바뀐 후 스트레스를 받다 사망한 방송사 직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전직 방송사 PD 전모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26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54세에 PD를 맡게 된 전씨는 최신 장비 조작에 미숙해 업무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잦은 실수 등으로 인한 낮은 인사고과 등은 내성적인 그를 더욱 위축시켰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례적으로 출·퇴근 시간 생방송 프로그램을 모두 배정받은 후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돼 고지혈증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사망하기 전날 학교 후배이자 직속상관인 박모 국장이 생방송 도중 들어와 출연진 교체를 요구하면서 전씨 입장에선 자존심에 상처를 입거나 모욕감을 느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1990년 한 방송사에 입사한 전씨는 기자 및 지방 방송국 관리직으로 근무하다 2013년 본사 라디오 PD로 보직이 변경됐다. 유족은 전씨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고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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