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의 대학교 축제 현장에서는 축제의 꽃이라 불리는 '노상 주점'이 사라지게 될 위기에 처했다. 그간 불법논란이 있었던 대학축제 주점에 대해 국세청과 교육부가 칼을 빼들었기 때문인데, 대학가에선 벌써부터 "정부의 일방적인 규제 적용으로 대학의 낭만이 사라지게 생겼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3일 각 대학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일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라는 공문을 통해 대학들에게 "학교축제 기간 동안 대학생들이 주세법을 위반해 벌금 처분을 받는 것을 사전에 예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공문은 교육부가 국세청의 요청을 받아 공립대, 국립교육대, 국립대, 사립대 등 전국 대학교에 보낸 것이다. 국세청은 "대학생들이 학교축제 기간동안 주류 판매업 면허 없이 주점을 운영하는 주세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며 교육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해당 공문에는 현행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도 명시됐다. 주세법은 주류 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주류를 판매하면 조세범 처벌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주점이 주류 판매업 면허를 받지 않고 운영할 경우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대학축제의 주점이 주류 판매업 면허를 받아서 운영을 하려해도 사실상 면허를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주점 등 주류 소매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영업신고를 하고 국세청에 주류를 팔겠다고 사업자등록만 하면 주류 소매 판매 면허는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축제 주점의 경우 건물이 아닌 노상에 펼쳐지는 경우가 많아 지자체 영업신고 단계에서 신고를 받아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특정 건물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이상 모든 대학축제 주점은 영업을 할 수 없다.
국세청 관계자는 "교육청에 대한 공문 발송은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던 대학축제 주점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라며 "지자체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곳의 영업신고를 내주지 않는 것이고, 국세청은 주세법에 따라 영업신고를 받지 못한 곳에 사업자등록을 해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축제 주점을 전면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학생회관 등 건물에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운영하는 등 합법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진행하란 취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생들은 당장 일주일여 앞으로 축제가 다가온 상황에서 일방적인 공문발송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 내 한 사립대 학생회 관계자는 "일부 학생회는 축제때 주점을 운영하기 위해 술, 음식재료를 모두 주문하고 부스를 꾸미기 위한 장식도 사뒀는데 갑작스레 이런 통보는 곤란하다"며 "그간 논란속에서도 문제없이 운영되는 것을 갑자기 이러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대학축제 불법논란은 이미 대학가의 해묵은 문제다. 앞서 인하대는 지난해 축제기간 주류회사에서 구입한 술을 팔았다가 주류판매 면허가 없었단 이유로 행정지도를 받기도 했다. 결국 술을 파는 모든 대학을 단속하지 않으면서 인하대에만 벌금을 부과한다는 형평성 지적이 나왔고, 결국 국세청이 교육부를 통해 칼을 빼든 것이다.
또 다른 대학의 학생회 관계자는 "대학축제를 지역축제처럼 취급해 예외규정을 만들면 되는데 정해진 규정에만 얽매여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지역축제는 노상에서 술을 팔지만 지자체가 조례로 일반음식점 허가를 내줘서 가능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학축제 주점의 주류 판매를 금지한 것이 결국 다른 '어른'들의 배만 불려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구장의 '맥주보이'처럼 주점을 운영하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야구장에서 생맥주통을 둘러메고 판매하는 맥주보이가 주류의 업소 외 유출 문제로 불법논란에 휩싸였으나 2016년 7월 '업소 외로 술을 유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이 삭제되면서 합법화됐다. 결국 대학 내 편의점 등에서 맥주를 가져와 판매를 하고 안주만 주점에서 팔면 된다는 것인데, 이는 주류매출의 이득이 편의점주에게 간다는 것만 달라질뿐 주점 운영은 그대로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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