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처방전으로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살 빼는 약을 불법으로 조제해 330명에게 판매한 약사와 의사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약사법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약사 A 씨(50)를 구속하고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의사 B 씨(53)와 C 씨(42)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광주시 북구 등에서 약국 2곳을 운영하는 A 씨는 2015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의사들과 짜고 진료하지 않은 환자 330명의 허위 처방전을 발급받아 향정신성 의약 성분이 포함된 비만 치료 약을 750차례 불법 조제해 주문자에게 보내주고 4800만 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살을 빼려는 사람들이 전화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약을 주문하면 처방전에 포함될 약품 목록을 작성해 의사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다. 의사들은 환자를 진료하지도 않고 A 씨가 보내준 약품 목록을 토대로 처방전을 써서 A 씨에게 팩스로 보냈다. A 씨는 처방전대로 향정신성 의약 성분이 포함된 약을 지어 한 사람에게 10만∼25만 원을 받고 택배로 보냈다.
압수품 [사진제공 = 부산경찰청]
A 씨는 약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문자의 요구대로 향정신성 의약품의 양을 늘리기도 했다. 의사의 처방전도 없이 마음대로 식욕억제제를 조제해 팔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는 또 향정신성 의약품 수량을 숨기려고 마약류 관리대장을 보관하지 않았다. 마음대로 판 향정신성 의약품의 수량을 맞추려고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약을 지은 것처럼 장부를 엉터리로 기록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비만 클리닉 병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했던 A 씨는 당시 알게 된 환자들에게 '살 빼는 약이나 불면증약을 쉽게 살 수 있다'는 소문을 퍼뜨려 환자들을 모았다.
의사 B, C 씨는 거짓 처방전을 발급해주는 대가로 건당 5000원∼2만 원을 받기로 하고 환자를 진료하지도 않고 A 씨에게 처방전 750건을 발급해주고 58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복약지침을 어기고 식욕억제제를 다른 식욕억제제와 함께 처방하기도 했고, 복약지침을 4배 이상 초과한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하기도 했다. 또 거짓 처방전을 이용, 전자 진료기록부를 조작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약제비·진료비)를 청구해 5000만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부산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20일간 A씨가 처방한 약을 먹고 환각·구토·설사 등 부작용이 심해 병원 치료까지 받은 사례가 있다"며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과다 복용해 사망한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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