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주식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신고해 세금을 덜 냈어도, 적극적인 탈세 의도가 입증되지 않았다면 중과세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한 운수업체 전 대표 홍모씨가 인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전부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는 홍씨가 주식을 다른 명의로 올린 것이 조세포탈 행위로 볼 수 있는 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에 따라 과세당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시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옛 국세기본법은 상속세·증여세 등의 부과기간을 5년으로 규정하지만, 납세자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경우 10년까지 세금을 물릴 수 있게 한다.
재판부는 "단순한 명의신탁 사실만으로 홍씨에게 누진세율을 회피하려는 등 조세포탈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피고가 세금 부과기간을 10년으로 보고 과세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홍씨는 2008년 5월 자신과 두 아들, 처제 명의의 회사 주식을 자신의 친형에게 24억원에 넘겼다. 하지만 인천세무서는 그로부터 7년 후인 지난 2015년 주식의 실 소유자는 홍씨이므로 누진세율을 적용해 양도 소득세·증여세 1억 6900여만원을 부과했다. 그는 이에 불복해 "5년의 세금 부과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위법하다"며 이번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홍씨의 명위신탁 행위 자체를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도 "(홍씨에게) 명의신탁으로 누진세율을 피하는 등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명의신탁 행위 자체만으로는 탈세 의도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보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부장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